매일신문

'7호선 방화 화재' 문제점과 의문

자칫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로 기록될

뻔했던 지하철 7호선 화재사건은 대구 참사를 겪었음에도 지지부진한 사후 조치와

소홀한 승객 감시가 뒤엉켜 빚은 아찔한 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난 뒤 2003년 4월 중.장기 지하철 안전대책을 마

련하고 2003년까지 지하철 의자를 스테인리스로 모두 교체하는 등 내용을 발표했지

만 결국 늑장 대처로 시민들의 생명을 나락으로 빠트릴 뻔 했다.

◆'잘 타는' 지하철 또 말썽= 사고가 난 7017호 전동차는 의자와 바닥 등 내부

가 모두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돼 있는 구형 전동차로 밝혀져 이번 사고의 또 다른 '

주범' 역할을 했다.

이 전동차에는 신형 객차에 설치된 객차 내 화재 감지장치도 없어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방화가 일어났지만 기관사는 승객이 비상벨을 누르고서야 불이 난 것을

알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광명역에서 1차 진화를 했지만 종착역인 온수역까지 오는 10여분 동안 불씨는

가연성 소재에 남아 지하철 내부를 태웠고 소방차가 온수역에 도착하기 전 5분간 객

차 3개가 모두 탔다.

◆초기 진화뒤 확인 소홀= 광명역 역무원 3명은 소화기로 사고 전동차에 난 불

을 긴급히 껐다.

역무원들은 불길을 모두 잡았다고 판단했고 전동차는 천왕역을 거쳐 종착역인

온수역으로 달렸다.

그러나 불씨는 다 꺼지지 않아 다시 살아났고 유독성 연기를 뿜으며 온수역에

진입,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객차 3칸을 모두 태웠다.

◆객차내 화재인 줄 몰랐나= 취재결과 사고 전동차가 철산역을 들어올 때부터

전동차 뒷부분에서 연기가 솟아 올랐고 기관사와 철산역 역무실 모두 이를 알았다.

철산역은 도시철도공사 종합사령실로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지만 "객차 내부인

지 승강장인지 모르겠다"고 보고했고 종합사령실은 승강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판단,

기관사에게 화재 현장을 재빨리 벗어나라고 지시했다.

종합사령실의 오판으로 결국 사고 전동차는 불이 붙은 채 3분 정도를 내달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철산역에서 광명역으로 달리는 도중 승객중 한명에 객차내 비상인터폰으로 기관

사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려고 했지만 기관사는 인터폰 벨소리만 들었을 뿐 승객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광명역에 도착해서도 전동차 후미에서 연기가 나자 기관사와 종합사령실은 그제

야 객차 내에서 화재가 난 것을 알고 광명역 측에 초기진화 지시를 했다.

◆철산역에서 승객 대피 왜 안 했나= 사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불은 철산역에 도착하기 전에 났고 놀란 승객 20여명은 철산역에 도착하자 황급히

전동차를 탈출했다.

따라서 승강장 폐쇄회로 TV를 제대로 감시했다면 철산역 측은 '전동차에 무엇인

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커 일단 승객을 대피시켜야 했다는 지적이 일

고 있다.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승객 안전 대책을 강구한 뒤 조치를 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철산역에서 승객이 한꺼번에 내렸지만 출근 시간이라 일상

적인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천왕역∼온수역 지연 운행= 이웃한 역인 천왕역과 온수역의 정상적인 운행시

간은 2분.

그러나 사고 전동차는 7시23분에 천왕역을 무정차 통과했다고 천왕역측은 밝히

고 있고 온수역 CCTV 화면에 따르면 8분 뒤인 7시31분에 사고 전동차가 연기를 내뿜

으며 진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평소 2분이 걸리는 천왕역∼온수역 구간을 사고 전동차가 이유없이 지연

운행을 한 셈이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CCTV의 시간이 잘못 맞춰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연운행

을 했다면 기관사를 상대로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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