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르네상스였던 2004년을 보내고 맞은 새해에도 우리 영화계의 약진은 계속될 수 있을까. 2005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특징은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이 수두룩한 데다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감독들의 복귀작이 잇따른다는 점이다.
올해 선보일 한국 영화는 대략 70~75편. 올 한해 상반기 기대작들을 개봉 예정 월별로 만나본다.
'레드아이' 유령열차 승객이 겪는 끔찍한 사고
◇1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레드아이'는 새해 첫 공포영화. 한국판 '링'을 만든 김동빈 감독이 5년 만에 다시 공포영화의 메가폰을 잡아 폐쇄공간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호러를 선보일 것으로 보여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레드아이'는 16년 전 대형 열차 사고로 죽은 혼령들이 남아있는 유령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겪는 끔찍한 사고를 그린 작품. 영화제목인 '레드아이'는 열차 정지신호를 가리키는 붉은 점멸등을 의미한다.
장신영, 송일국, 이얼, 김혜나, 곽지민 등 젊고 개성 있는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해 유령열차 속의 죽음과 맞서며 공포감을 배가시킬 듯하다.
'공공의 적 2' 설경구 강력계 검사로 변신
◇2월
2월은 인기 감독들이 오랜만에 내놓은 복귀작들로 극장가가 후끈 달아오를 것 같다.
이 가운데 지난해 1천만 관객 신화를 작성한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2'가 눈길을 끈다.
3년 만에 제작된 속편인 이번 작품에는 전편에서 강력계 형사였던 설경구가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력부 검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동안 서민적 캐릭터에만 전념했던 설경구가 난생 처음 맡은 엘리트 검사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지, 또 흥행 보증수표라는 강 감독 닉네임의 여파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4년 전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많은 영화팬은 김대승이라는 감독에 주목했었다.
그만큼 영화는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랑을 담백하게 들려줬던 것. 4년이 지난 뒤 그는 추리 공포 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들고 나타났다.
그의 신작 '혈의 누'는 '피(血) 눈물(淚)'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한 남자의 억울한 죽음과 그에 이은 복수, 복수를 요구하는 원혼의 그림자가 내려앉은 영화. 코믹 연기만 했던 차승원이 오랜만에 진지한 모습을 선보이며, 박용우와 지성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선보였던 임상수 감독이 이번엔 정치색 가득한 영화를 찍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뤄서 화제가 된 '그때 그 사람들'은 하루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기초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영화로, 그날 영문도 모른 채 대통령 살해사건에 휘말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백윤식이 중앙정보부장으로, 한석규가 그의 부하직원으로 출연했다.
'달콤한 인생' 조직 보스와의 핏빛 복수극
◇3월
3월에는 김지운 감독이 책임질 것 같다.
한류 스타 '뵨사마' 이병헌을 내세운 그의 신작 '달콤한 인생'은 한국형 느와르를 표방한다.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조직의 보스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한 조직원의 핏빛 복수를 담은 영화. '이병헌의 다이하드'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촬영이 매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을 만든 김지운 감독의 독특한 카리스마에 무게가 실린다.
'주먹이 운다' 권투에 인생 건 두남자 이야기
◇4월
지난해 칸이 선택했던 배우 최민식이 선택한 영화 '주먹이 운다'는 한때 촉망받는 권투선수였으나 지금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인간 샌드백으로 연명하는 늙은 복서 태식(최민식)과 패싸움으로 인생을 허비하다 소년원에서 권투를 배우며 난생 처음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청년 상환(류승범),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차세대 대표감독으로 손꼽히는 류승완 감독과 따뜻한 카리스마의 최민식, 젊음의 패기로 똘똘 뭉친 류승범의 열연이 기대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전쟁 중 한 마을에 모인 적들
◇5월
따뜻한 5월 극장가에는 8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대작이 두 편이나 스크린에 걸린다.
장진 감독의 연극을 원작으로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어느 해, 태백산맥에 위치한 동막골이라는 마을에 우연히 모인 한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마을주민들의 순수한 마음에 감화된다는 이야기. 상당히 어설프게 들리지만, 최근 연극 무대에 먼저 오른 이 작품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느낌이다.
환상의 마을 동막골에는 신하균, 정재영, 임하룡, 강혜정이 출연하며, 인간문화재 공옥진 여사가 특별출연한다.
송강호와 유지태가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고생고생한 영화 '남극일기'가 드디어 개봉날짜를 잡았다.
임필성 감독의 이 작품은 남극 탐험대가 의문의 질병과 예기치 않는 사고를 겪으며, 집단 광기 상태에 빠져든다는 줄거리의 서스펜스 스릴러. 흔히 이런 류의 영화라면 탐험 액션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미스터리이다.
'남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친절한 금자씨' 13년 만에 출소한 한 여자의 복수
◇6월
올 상반기의 마지막인 6월에는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극장가에 걸린다.
그의 '복수 시리즈' 완결편으로도 관심이 높은 이번 작품은 13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다.
주연으로 캐스팅된 이영애는 이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의 착하고 선량한 이미지를 배반한 채 잔인하고 섬뜩한 모습에 도전한다.
그녀의 복수 대상이자 비밀을 쥐고 있는 백선생 역은 최민식이 맡아 영화의 품격을 더욱 높일 듯하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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