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문화부 불신 분위기

"공직생활 30년을 바라보지만 이처럼 의문투성이인 행정은 처음 봅니다.

이제 경주 공직자들은 문화관광부 안 믿습니다.

"

3일 시무식 뒤 경주시 한 고위 공직자는 문화부의 태권도공원 입지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끓는 속을 삭이지 못했다.

다른 공직자들도 직위 고하 가릴 것 없이 "승복할 수 없는 결과"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금 경주지역에선 '행정 불복종 및 문화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임 분위기'란 전례없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공직자들은 특히 경주가 역사문화 도시라는 점을 지적하며 "업무의 절대 다수가 문화부 관련인데 문화부 지침이나 지시사항을 들고 시민들을 접촉하고 설득할 수가 있겠느냐"며 "이번 결정으로 노천·미발굴 문화재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적잖은 경주시민들은 경주경마장을 비롯한 지역의 역점사업들이 매장유물 출토와 문화재 발굴 등의 돌발사태로 무산된 전력을 떠올리며 '앞으로는 문화재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숨기거나 훼손해 버리는게 차라리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또 시의회와 시민단체,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문화재 보호관련 업무를 중앙에 반납하고 경주는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거나 "문화부 업무에 한해 집행을 거부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와 함께 조직적 반발여론이 퍼지고 있다.

경주시 한 고위 공직자는 "경주의 대정부 불신 분위기는 전례 없던 일"이라며 "일부 시민들 사이에 감정적 대응분위기가 돌출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라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지역분위기를 제대로 헤아려 이번 결정에 따른 의혹 해소와 지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박정출기자/제2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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