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안 등 집중 토론 "지역을 바꾼다"

최근 대구에서 부는 '학습' 열풍은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데 특징이 있다. 친목회, 계 형식을 빌려 끼리끼리 모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집단학습과 대화·토론 자리가 풍성하게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컨센서스(합의)가 모이고 혁신 마인드도 확산돼 새로운 비전과 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회 박성태 부의장은 "한동안 대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했는데 집단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희망을 갖게 됐다"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이런 집단학습의 장(場)에 시의원들도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대구혁신포럼'을 설립해 지역현안을 주제로 6번의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테크노파크와 대구사회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CEO(최고경영자) 아카데미'를 수료한 박기열 (주)아이디정보통신 대표는 "체계적으로 구성된 리더십 교육과 국내 정상급 전문가 특강으로 국내외 경제 흐름과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본 것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수료 후에도 필요에 따라 다음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학습이 지속되는 방식은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집단학습을 통해 구체적인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을 구상·기획하거나, R&D(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학습모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전략산업기획단은 세부과제별 50여 개의 '셀그룹(Cell Group)'을 형성해 다양한 그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들었다. 경북전략산업기획단도 지난 12월부터 4대 지역전략산업의 올바른 육성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교수, 연구원, NGO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포커스그룹'을 구성했다.

최삼룡 대구시 기획관은 "민간 전문가 또는 다른 지역 정책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움으로써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존의 정책이나 생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했다.

경북대 이장우 교수(경영학부)는 "소수의 정치적 파워그룹이 해체되는 전환기를 맞아, 산·학·연·관이 시너지를 창출해 지역의 내생적 혁신기반을 갖추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자연스레 이 같은 자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혁신협의회 이종현 회장은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등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지향점과 합의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리더십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전략이 수립될 때 비로소 지역 혁신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현안의 조정이 아니라 '혁신리더'를 기르는 일이 혁신협의회의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지금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경제·사회적 위기이기 이전에 정체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위기는 몇몇 사람의 주장에 따른 프로젝트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지식경제사회의 화두인 집단학습과 대화, 토론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가 근본적인 자기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때에만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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