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꿈을 안고 백두를 오른다. 희미한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새벽 칼바람과 맞서며 산행을 시작한지 두시간 째다. 천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30분. 날은 벌써 밝아있다. 몇몇 사람은 얼어붙은 천지 위를 걸으며 감격해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방이 훤해졌고 흐린 날씨도 아닌데 해는 떠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는 순간 오른쪽 산봉우리를 뒤덮은 눈 위로 햇살이 비치며 밝아진다.
주위를 온통 붉게 채색하며 서서히 떠오를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천문봉, 쌍무지개봉, 향도봉, 장군봉으로 빙 둘러싸인 천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깜빡한 것. 산봉우리를 밝힌 햇살은 빠른 속도로 하산하더니 이내 반대쪽 산봉우리에서 해가 솟아올랐다. 여명도 없이 불쑥 나타난 태양이 야속하다. 설상차를 타고 천문봉에 올라 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이 보는 해돋이는 어떠했을까.
전날 시간에 쫓겨 천지에서의 2004년 마지막 해넘이를 제대로 보지못한 아쉬움이 있어 천문봉 맞은편 봉우리를 오른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이면 천지가 더 잘 보일까 싶어서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정신없이 오르다 뒤돌아보면 벌써 천지 중간쯤까지 걸어간 사람들이 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추위가 몰려온다. 영하 35℃ 안팎의 기온이다. 눈바람까지 가세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보지만 얼어붙은 셔터 때문에 사진찍는 것조차 포기한 마당이다. 매서운 바람만이 양 볼을 사정없이 얼려댄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 해를 설계하고 꿈을 기원할 엄두를 내지못한다. 너무 춥다는 생각 뿐. 일부분은 미리 왔다가 일출 전에 되돌아가고 나머지 대부분도 해가 떠오르자마자 발길을 돌린다.
서둘러 내려와 꽁꽁 언 천지를 걸어본다. 천지를 밟아볼 수 있다는 것이 정상에서 보는 해돋이와 차이나는 점이다. 어느 봉우리가 북한 땅인 장군봉일까. 대충 가늠해보고 천지를 걷는다. 감격이다. 이 천지만 건너면 북한 땅인데….
새벽부터 같이 산행에 나섰던 대구 대남산악회(회장 이상복) 회원인 김희숙(여'50)씨는 "새해 첫날 얼어붙은 천지를 걷는 감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라며 "하루 빨리 북한 땅인 장군봉을 등반하고 천지를 지나 중국 땅인 장백폭포로 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지를 걷는 감격도 잠깐 뿐, 이내 칼바람이 길을 막아선다. 새벽에 올라와 천지를 밟은 지도 그럭저럭 한시간이 지났다. 추위에도 지치고 하얀 눈에도 지칠 때다. 추위는 강도를 더해가도 하산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천지를 가슴에 담은 감격에 혹한도 잊을 만하다.
◇백두산 천지 설경 패키지상품=와룡고속관광(주)에서는 매주 목요일 대구~중국 심양 직항노선을 이용한 3박4일 백두산 일출여행을 떠난다. 장백폭포 입구에서 1박을 한 후 2시간 가량의 눈길 트레킹만으로 천지에 오른다. 이틀에 걸쳐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다. 심양 시내 관광과 민족시인 윤동주의 '서시' 시비가 있는 용정 대성중학교까지 답사한다. 문의 053)581-5600.
백두산 천지에서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 사진·이상철기자
▨ 눈 사진 찍을 땐...
눈사진 촬영은 특히 노출에 주의해야 한다. 자동노출을 믿고 찍으면 회색톤으로 촬영되기가 쉽다. 흰눈의 반사가 심해 노출계가 실제보다 더 어둡게 측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 노출보다 강제로 1~2 단계 더 노출을 준 다음 촬영해야 한다.
가령 노출계 측정치가 1/250초에 조리개 11이라면 1단계 노출을 더 줄 경우 1/250초에 조리개 8 또는 1/125초에 조리개 11로 해야 한다. 자동카메라의 경우엔 노출보정 기능에서 +1을 설정한 후 촬영하면 된다. 태양이 내리쬐는 설원에서는 빛반사가 매우 심해 2 ~ 2.5단계 보정해야 뽀송뽀송한 흰 눈사진을 얻을 수 있다.
눈내리는 모습은 저속셔터가 효과적이다. 1/30초 이하로 촬영하면 눈발이 길게 나타난다. 반드시 어두운 배경을 택해야 흰 눈발이 살아난다. 또 100mm 이상 망원렌즈를 써야 좋다.
야간에는 저속셔터와 플래시를 동시에 활용해 보자. 조리개 5.6 에서 1/15초 이하 저속셔터로 촬영하면 플래시 빛이 닿지 않는 먼거리 야경도 비교적 밝게 잡아준다. 주변 가로등 불빛이 있다면 색조가 붉게 나오지 않도록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해야 한다. 삼각대를 활용해서 B(Bulb)셔터를 사용하면 색다른 사진을 얻을수 있다. 겨울철엔 카메라 베터리가 얼기 쉽다. 촬영 전후엔 반드시 베터리를 감싸 일정온도를 유지해야한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사진:백두산 천지를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서 본 눈덮인 장백폭포. 높이 68m의 폭포도 주변의 높은 산봉우리에 눌려 작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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