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과거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끊임없이 진행돼 왔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학이란 이름으로 본격화된 것은 언제일까. 인류의 역사에 비해 고고학의 역사는 매우 짧다. 고고학자들은 18세기 이탈리아 폼페이에서의 발굴을 본격적인 고고학적 발굴의 기원으로 꼽는다. 불과 200~300년 동안 진행된 고고학 발굴을 통해 인류 역사의 비밀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 중 특별히 기억할만한 중요한 발굴의 과정과 그 의미를 담은 책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이종호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이 출간됐다.
이 책은 10장에 걸쳐 세계를 놀라게 한 발굴 사례들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들이 최고 선진문명이라고 자부하던 유럽인들이 이집트 등 고도로 발달한 고대문명의 흔적을 발견하면서부터 고대문명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다. 이는 182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함께 이집트로 향했던 샹폴리옹이 상형문자를 해독하면서부터 호기심은 점차 과학으로 발전돼 온 것이다.
이 책에선 위대한 발굴로 마우솔레움, 아르테미스 신전, 아틀란티스, 사해문서, 스키타이 등 열 가지를 꼽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발굴들은 잘 짜인 계획으로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한두 사람의 무모한 상상과 실천, 호기심이 때로는 커다란 발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중 오랜 세월 종교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을 거치면서 대부분 그 흔적들만 남긴 곳도 많다. 마우솔레움과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등이 그것이다. 기원전 9천 년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던 강력한 고대국가 아틀란티스에 대한 것은 끊임없는 탐구 결과 크레타섬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또 신화로 전해오던 호메로스의 대서사시에 등장하는 트로이를 사실이라고 믿고 이를 평생을 걸쳐 발굴해온 슐리만이 결국 트로이를 발견해냈다.
그런가 하면 역사 밖으로 묻힐 뻔한 것이 한 사람의 밝은 눈에 의해 새로운 역사로 거듭나기도 한다. 대영 박물관 한 담당자는 당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점토판을 읽다가 구약성서의 노아의 홍수 이야기 원형을 발견한다. 또 염소를 쫓아가던 한 목동이 이스라엘 쿰란 동굴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해문서'는 구약성서의 가장 오래된 판본보다 1천 년을 앞서는 것으로, 금세기 가장 위대한 고고학적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어느 시대 역사나 그러하듯 새롭게 발굴된 결과들은 종교나 정치적 이유로 왜곡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부분도 빼놓지 않고 논란거리를 여러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이렇듯 문명의 발굴의 과정은 고대 문명의 흔적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발견 과정과 함께 다양한 사진과 그림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고대문명의 발굴사에 빠져들도록 이끌어준다. 또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나 전문가의 견해까지 싣고 있어 살아있는 역사로 읽히는 것이다.
수천 년이 지난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에겐 아틀란티스와 같이 일상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그런 전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가 더 많다.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7세 때 책을 선물 받고 트로이 전쟁의 무대를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실현해내 인류에게 큰 선물을 했던 슐리만처럼,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꿈과 희망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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