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이다.
위기를 넘어 처절할 정도다.
올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생존경쟁과 구조개혁.
특히 지방대는 자칫하다간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크게는 대학 간 통폐합, 내부적으로는 뼈를 깎는 학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2010년까지 적어도 4개 대학 가운데 1개 대학은 문을 닫도록 한다는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강력하게 밀어붙일 방침이다.
교육부가 학교설립 인가와 정원을 늘리면서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답답한 쪽은 대학이다.
그 중에서도 신입생 충원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대구·경북. 대학 간 구조조정 실태와 전망을 점검해 본다.
◇왜 통합인가
신입생 부족현상에 더해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몰리면서 나타나는 다급한 몸부림이다.
대구·경북은 4년제와 2, 3년제를 포함, 51개 대학이 난립하고 있다.
전국 대비 25%선. 올 졸업생을 비롯, 최근 대구·경북지역 수험생은 평균 6만5천여 명에 불과하지만 입학정원은 9만 명으로 2만5천 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대구지역 7개 전문대의 경우 평균 75%였다.
2개 대학은 충원율이 각각 45%, 50%에 머물렀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은 지난해 대학충원율이 평균 80%에 그쳤다.
현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0년쯤 되면 22만여 명의 수험생이 부족, 대학 구조조정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업난이 겹치면서 휴학생 비율도 학교마다 20~30%에 이르러 대학의 재정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최병진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 부회장은 "상당수 전문대학 교수들은 강의는 뒷전이고 전국을 돌며 학생유치에 나서는 현실이어서 자조적으로 영업사원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통합작업 실태
통합의 첫 테이프를 끊은 대학은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 1996년 부경대로 통합했다.
수산해양분야 특성화 대학과 기술·응용분야 중심대학이 합쳐진 이 대학은 대학통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후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부터 다시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공주대와 천안공업대가 지난해 말 통합작업을 완료하고 올 신입생부터 통합모집했다.
또 경상대와 창원대는 통합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 지난 12월 통합대학의 본부위치, 캠퍼스 별 특성화 및 단과대학 배치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었으나 창원대 쪽 교수회 등에서 반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제주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도 최근 4년제 종합대학교로의 통합을 선언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기로 합의했다.
최근에는 동일법인 내 학교의 통합논의도 활발하다.
고려중앙학원 소속 병설보건대학을 폐지하고 고려대 보건대학을 설치, 4년제로 개편하기로 교육부에 신청했고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삼육대와 삼육의명대, 삼육보건대, 부산 동명정보대와 동명대학 등 상당수 한 지붕 두 가족 학교도 통합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5개대(전남대, 순천대, 목포대, 여수대, 목포해양대)와 강원지역 4개대(강원대, 강릉대, 삼척대, 원주대) 등은 2003년부터 대학연합 형태로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경북대학 통합논의
대구·경북지역에서는 2001년 지역 국립 5개대(경북대, 안동대, 금오공대, 상주대, 대구교대) 등이 2010년까지 대구·경북 국립대연합(TKNU)체제를 구축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또 2003년 교명에 대구를 사용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대구한의대는 '대구브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했으나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경북대 교수회가 중심이 돼 지역 대학 간 통합논의에 불을 붙였다.
경북대 교수회는 대구대 등 사립대와의 국·사립대 간 통합, 기존 TKNU 통합 등을 제기했으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아직은 논의단계에 그치고 있다.
경북대와 상주대는 지난 12월 구조개혁 공동연구단을 발족,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대는 애초 안동대, 금오공대, 대구교대와의 통합도 적극 시도할 방침이었으나 3개 대학은 통합에 부정적이어서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경북대와 상주대는 조만간 구체적인 통합안을 만들어 양해각서 체결까지는 순항할 전망이다.
장지상 경북대 기획처장은 "우선 가능성 있는 국립대학끼리 통합을 추진하고 국립대 법인화가 이뤄진다면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학생 및 교수들의 생활반경도 큰 변화가 없는 사립대학과의 통합가능성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성공의 함수관계
대학연합 방식은 통합 시너지효과가 의문인데다 국립대학 간 통합도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반발과 동문들의 거부정서가 강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이룬 대학에서 보듯 성격이 다른 특성화 대학 간이나 부산대와 밀양대, 경북대와 상주대같이 대학규모가 다른 대학 간 통합이 현실성이 높다.
또 동일법인 내 학교 간 통합도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이다.
지역에서는 동일법인(설립자) 학교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대구과학대와 대구보건대 등이 있다.
영남학원의 경우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간 통합은 영남대 총장선거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김춘중 영남이공대 교수는 "영남대와의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고 "다만 영남이공대의 경쟁력을 높여 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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