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성과 진로-학문을 찾아서

경기에 앞서 두 나라 국가(國歌)가 연주될 때 나는 브라질 국가는 어째서 저렇게 흥겹고 터키 국가는 왜 그리 비장감이 감도나 신기해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유럽의 문명국들은 국가 속에 어떤 정신을 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만약 국가가 연주될 때 그 국가의 가사를 한글 자막으로 흘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우리는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려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왜 세계를 알 생각조차 하지 않는가. 그 모두가 인문 정신의 결여에서 나온 일이다. 축구 자체는 분명 발로 공을 차는 아주 단순한 경기일 뿐이다. 그러나 축구 경기를 통해 일어나는 문화 전체는 세계 문화사를 압축해 볼 수도 있는, 말할 수 없는 크기와 넓이의 인문 정신이 서려 있는 것이다.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우리는 오직 축구만 생각했을 뿐 축구 문화의 인문 정신을 너무도 소홀히 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 인문학이란

인문학은 철학, 종교, 역사, 문학 등의 학문으로 구성된 모든 학문의 기초 학문이다.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에서 탐구하는 세계관과 인식 방법, 인간 정신의 다양한 표현, 그리고 삶의 발달 과정에 대한 분석과 미래 예견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데 밑받침이 되는 것들이다. 철학과 종교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완성을 추구하고 역사는 더 나은 삶을 개척하기 위한 반성적 학문의 역할을 한다. 문학 또한 인간의 감성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학문으로서 이것들은 모두 인간을 온전한 존재로 성숙시키며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추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 인문학의 위기와 회복

인문학의 위기는 근대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사회가 생산성을 갖춘 인간, 다방면의 재능을 가진 실용적 인간을 추구하는 가운데 초래됐다. 인간성이나 삶의 질을 실현하기보다는 물질적 생산을 중시하는 경제 개발 논리에 부응하여 교육이 철학이나 역사와 같은 기초 인문학보다는 경제, 과학, 기술과 같은 실용주의 학문을 중시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대학에서 인문학 과목이 폐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같은 사회 풍조와 인문학의 위기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인문학 자체의 정체성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현대 인문학은 근대적 세계관과 가치 중심의 반시대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학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서 변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인문학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체의 각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계와 대학 및 중등학교 등 교육 현장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과학과 실용주의 학문만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를 극복하고 인문학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학자들의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인문학이 현대인과 현대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인문학자들의 적극적인 연구가 활발히 전개돼야 할 것이다.

◇ 관련 대학입시 문제

△현재 세계적으로 중국의 단일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유럽의 다양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비판해 보시오.(고려대 2002)

△인문학이 인간다움에 미치는 영향은?(서울대 2001)

△외국 문화 수용 중, 일본 문화 수입에 대한 생각을 말해 보시오.(연세대 2002)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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