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집처럼…학교처럼…도서관 가는 현서영양

추운 날씨로 바깥 활동이 힘든 겨울철은 책읽기에 안성맞춤이다. 기나긴 겨울방학. '도서관이 가장 좋은 친구'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현서영(동대구초교 4년)양을 통해 도서관 100% 활용법을 알아보자.

◇도서관은 내 친구

겨울방학을 맞은 서영이는 매일같이 동네에 있는 동부도서관에 출석한다. 오전에는 학교 방학숙제나 학습지 공부 등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점심을 먹고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해 오후 내내 시간을 보내는 것.

"도서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요. 이 책 저 책 골라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데다 서예 수업도 듣고 열람실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로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구요."

요즘 아이들과 달리 학원에 다니지 않는 서영이는 모든 것을 도서관에서 배웠다. 특히 2년 간의 외국생활을 마치고 갓 돌아온 서영이에게 한국을 알려준 최고의 선생님은 단연 책과 도서관이었다. 책에서 배우는 간접 경험도 큰 도움이 되지만 NIE교실이나 구연동화교실, 독서교실 등을 통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수업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가끔은 엄마와 함께 시청각실에서 무료 영화를 관람하기도 한다.

서영이는 방학 동안 하루 2권 이상의 책읽기를 목표로 잡고 있다.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창작 동화 등을 도서관에서 한 권 이상 읽고, 대출한 책을 적어도 하루에 한 권 이상은 읽는다는 계획.

책을 읽고 나면 꼼꼼히 독서다이어리를 기록한다. 일기 쓰기는 일주일에 3, 4번 정도로 빼 먹는 날이 많지만 책을 읽은 뒤에는 꼭 대강의 줄거리와 감상을 몇 줄 정도씩 기록해 둔다.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는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책은 상상력의 보물창고

서영이의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서영이는 마법, 공상과학 등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서 그림이 펼쳐지면서 TV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란다.

현재 서영이네 집에는 TV가 없다. 습관적으로 TV를 보게 되면 책과 멀어질 것을 우려해 아예 TV를 없애 버린 것. 서영이는 "학교에 갔다와 무심결에 리모콘을 집어드는 것을 보고 엄마가 그 날 당장 TV를 치워버렸다"라며 "처음에는 드라마 줄거리 등을 알지 못하니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해 짜증이 났지만 이젠 왜 엄마가 TV를 없앴는지 이해할 것 같다"라고 어른스레 말했다.

또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만화책은 대출하지 않기로 엄마와 약속했다. 엄마 김정(38'대구 신암3동)씨는 "만화책만 보다보면 읽기 수월한 책에만 익숙해질 우려가 있는데다 단편적 그림에 상상력이 묶여버리는 것 같아 가능하면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고 했다.

서영이가 도서관에 처음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여섯 살 무렵이었다. 박사 과정 공부에 바쁜 엄마를 따라 매일같이 도서관을 드나들며 어린이 서가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던 것. 엄마는 "만화책이나 좋지 않은 책만 골라 읽을까 걱정이 돼 따라다니며 책을 골라주곤 했는데 지금은 엄마보다 책을 더 잘 고른다"라며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책을 빼오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뒤 좋은 책을 척척 골라온다"라고 말했다.

◇외국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아요

2002년부터 캐나다와 미국에서 각각 1년씩을 생활한 서영이에게 도서관은 그곳에서도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집에서 걸어 40분이 넘는 먼 거리였지만 ABC조차 배우지 못하고 무작정 외국 생활을 시작한 서영이에게는 도서관이 그나마 익숙한 공간이었던 것.

서영이는 "캐나다의 도서관에는 책과 카세트 테이프가 함께 있는 것들이 많아 영어를 몰라도 반복해서 읽고 들으며 영어를 익힐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더구나 자원봉사하는 할머니들이 책을 읽어주고 좋은 책을 골라 주기도 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서영이는 우리나라의 도서관이 더 좋다고 했다. 학교 수업과 연계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다 다양한 최신 인기 도서를 발빠르게 구매해 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책꽂이가 어린이들의 키에 비해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불편한 데다 독서지도를 해 주는 자원봉사 할머니들이 없는 점이 아쉽다"라고 했다.

추운 날씨에 20분을 걸어야 하지만 도서관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는 서영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주인공의 행동을 닮아가게 됩니다. 착한 주인공은 따라하게 되고 얄미운 짓만 골라하는 나쁜 주인공과 닮은 내 습관들은 고치게 되죠. 내일도 새로운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갈 거예요."

글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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