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서치라이트처럼 쏟아지는 햇빛에 쫓겨다니다

그 햇빛에 강간당해 날개가 다 타버린 여자

아기를 가졌다고 아버지에게 잡아 뜯겨

한정없이 입술이 풀어진 여자

바위에 눌려 깊은 물 속에 처박힌

물새같이 가련한 여자

급기야는 도망가다 감옥에 갇혀 알을 낳은 여자

낳은 알을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돼지우리에

그 알이 던져진 걸 봐야만 하는 여자

김혜순 '유화부인'에서

이 여자가 누구인가. 해모수에게 겁탈당하고, 아버지 하백에게서 쫓겨났으며, 감옥에 갇혀 주몽을 낳은 유화부인이다.

여자는 여자 속의 그녀를 보듯 유화부인을 본다.

그녀를 구해주는 상상을 한다.

서사 텍스트 속에 갇혀있는 그녀. 아직도 몸밖으로 한 번도 나와보지 못한 그 여자. '그녀의 내지르지 못한 비명이 엎어진 건가 붉은 하늘이 지자/ 그녀의 손톱이 후벼 파 놓은 상처인가/ 한밤중 쓰라린 초승달이 뜬다/ 나는 또 한 여자를 구해주는 상상을 한다' 처절한 제의(祭儀)를 보는 것 같은 시다.

언젠가 여자는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 '詩하는'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가 오줌처럼 '마렵다'고도 했으며, 시는 '내 胎 안의 모성을 깨우고 출산하는 행위'라고 했다.

박정남(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3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대형 아울렛 매장을 잇따라 개장할 예정으로, 롯데쇼핑의 '타임빌라스 수성점'이 2027년,...
대구 지역 대학들이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