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계란 프라이 도시락

요즘같은 한겨울이면 교실 앞 난로엔 노란 알루미늄 도시락들이 하나둘 놓여져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도시락 탑을 이루었다. 구수한 밥 냄새에 아이들은 입안에 자꾸만 고이는 침을 삼키며 이제나 저제나 수업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빠끔히 열고 혼자 먹는 아이들, 여럿이 둘러앉아 시끌벅적 먹는 아이들, 그새 몇몇 걸상은 어느새 비어있곤 했다. 혼자 먹는 아이들의 도시락은 대개 거므레한 보리밥에 푸르죽죽한 김치 따위였지만 여럿이 둘러앉은 곳의 활짝 열린 도시락들엔 기름이 자르르한 멸치볶음이나 오징어채 무침 등의 고급 반찬들이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하얀 쌀밥 위의 넙적한 '계란 후라이(프라이)'. 한 반 60여 명 중 계란 프라이 도시락을 가져올 수 있던 아이가 10여 명 정도 됐으려나.

○…지난 1970년대만 해도 아이들에겐 계란 프라이 도시락이 최고였다. 계란은 부(富)의 상징이기도 했다. 대개의 아이들은 소풍'운동회때나 삶은 계란을 맛볼 수 있었다. 지금의 중'장년들 중 삶은 계란과 사이다, 트림했을 때의 그 야릇한 냄새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토록 귀했던 계란이 지금은 사정이 딴판이다. 미국해외농업처(FAS)의 2001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계란 소비량은 연간 170개로 일본(346개),대만(342개),중국(301개) 등의 50~70% 수준이다. 조사 대상 26개국 중 19위. 그나마 제과'제빵 등의 간접 소비량을 제외한 1인당 직접 소비량은 60~70개. 콜레스테롤에 대한 거부감과 조류 독감 파동 등으로 2004년엔 2001년보다 10% 이상 줄었다 한다. 노른자속 레시틴 성분의 콜레스테롤 흡수 방지, 콜린 성분의 치매 예방 효과 등의 연구결과들로 계란 소비가 다시 늘지 주목된다.

○…결식아동에게 주는 형편없는 도시락이 그 아이들의 가슴을 또한 번 멍들게 하고 있다. 2만불 시대 어쩌고 하는 요즘도 배 곯는 아이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메추리알과 건빵 따위의 부실 도시락에 지난 날의 계란 프라이 도시락이 오버랩 된다. 그 아이들의 도시락에 계란이라도 좀 들어 있었다면 이토록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텐데...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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