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60평을 18억 원에 샀습니다. 평당 3천만 원, 시세의 10배입니다." "그건 약과군요. 4평도 안 되는 도로를 4억 원에 샀습니다."
아파트 개발 예정지 땅으로 시세의 수십 배나 많은 보상비를 챙기는 악성 '알박기'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택사업 시행사 관계자들은 이들 때문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분양가만 높아진다고 털어놓았다.
14일 시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는 3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2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분양을 추진 중인 서울 모 시행사는 사업부지 내 도로 3.6평을 4억 원, 평당 1억1천111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사는 이 도로 땅 주인은 자신의 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시행사가 찾아가자 시세의 30배가 넘는 보상비를 요구했다. 시행사는 도로 땅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인근 수성동에서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또다른 시행사는 60평을 가진 지주에게 몇달간 끌려다니다 결국 시세의 10배인 평당 3천만 원선에 매입계약을 마쳤다.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서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한 시행사도 9개월 씨름 끝에 시세 200만 원대 땅 41평을 평당 3천만 원씩, 모두 12억3천만 원을 주고 샀다.
대구 수성구 수성2·3가와 범어동, 달서구 월배지구단위계획지구 등 대구시내 아파트 개발 예정지 곳곳에서 이 같은 고가 보상을 노린 알박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가 보상이 분양가 인상으로 연결돼 결국 선의의 일반 수요자들만 손해본다는 것. 터무니없이 많이 준 땅값을 메우기 위해 시행사들이 분양가를 높여 책정하기 때문이다.
한 주택사업 시행사 대표는 "알박기한 몇몇 땅에 대해 마지못해 고가 보상을 해 주지만 이는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에 전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알박기'가 앞으로는 원천적으로 금지될 전망이다. 건설교통부가 알박기 근절방안 등을 담아 마련한 새 주택법이 이달 중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 주택법은 고가 보상을 노린 알박기를 뿌리뽑기 위해 택지 개발업자에게 90% 이상의 토지를 확보하고, 토지 소유자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친 경우 매도청구권을 부여해 필요할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매매계약을 강제로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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