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위탁·복지시설 어린이 KTX 체험

"우와 빠르다…고속철 여행 신나요"

소영(가명·11·여)이는 지난밤 내내 잠을 설쳤다.

날이 밝으면 고속열차(KTX)를 타본다는 설렘 때문이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소영이에게 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한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 소영이에게 얼마 전 친구들이 들려줬던 KTX 체험기는 정말 대단했다.

"너무 빨라 날개만 있으면 하늘로 날아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철도청이 공사전환을 기념해 동대구역에서 가정위탁 및 아동복지시설 어린이들에게 KTX 체험과 광명역 견학 행사를 마련했다.

14일 오전 9시 30분 소영이와 30명의 아이는 KTX를 탔다.

종식(12)이는 기차를 처음 타본다고 했다.

호연이도, 준성이도 마찬가지. 그런 아이들에게 비친 KTX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다.

길이 388m.

여행 설계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객실 한 칸을 전세로 내고 오색 풍선을 창가에 붙였다.

다양한 놀이로 광명까지의 기차여행에 흥도 돋웠다

그때 쯤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빠르다.

" 동대구역 박종규 고객지원 팀장은 "1초에 83m를 간다"며 "KTX는 박찬호가 던지는 공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달린다"고 설명해줬다.

1시간 30분쯤을 달려 도착한 광명역에서도 이들 어린이를 위한 특별 이벤트가 준비돼 있었다.

일반인들은 들어가 볼 수 없는 사령실을 아이들을 위해 공개한 것.

전자식 철도선로에서는 동대구역에서부터 서울역까지 운행중인 KTX가 빨간색 점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에 젖어든 아이들은 당장에 기관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들떠 있는 아이들 모습에 청강보육원 김희숙 생활지도원 교사는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대구를 떠나볼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신나는 체험의 기회를 갖게 해줘 감사한다"며 "아이들만큼은 소외됨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 짧은 기차여행을 마치고 동대구역에 도착한 아이들은 더 많은 이야기와 새로운 꿈을 안고 각자의 모금자리로 돌아갔다.

최두성기자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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