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불교미술학자 임남수 영남대 교수

'사찰 X파일' 해독자

"대부분의 우리나라 고찰들은 임진왜란 등 각종 전란을 거치면서 많은 미술품과 사료들이 소실되었습니다.

때문에 사찰의 역사와 불상의 제작 시기 및 배경 등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단일사찰도 그렇지만 대구·경북이라고 하는 큰 범위의 불교문화권의 성격 또한 불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

영남대 조형대학 미술학부 임남수(林南壽·39) 교수. 15년간 일본유학을 마치고 영남대 강단에 선지 1년도 안됐지만, 그는 틈나는대로 사찰 답사에 나선다.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직지사와 은해사, 파계사, 갓바위 등을 다녀온데 이어 팔공산 지역과 청도지역의 사찰도 둘러보고 왔다.

대구·경북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고찰들의 성보문화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많은 시간과 여러 가지 여건이 구비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필요한 기자재를 입수하고 사찰과의 일정이 조정되는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국공립과 사립연구기관에 의한 성보문화재 조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찰에서는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조사를 해갔는데 또 조사할 것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

임 교수는 그러나 이제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조사는 성보문화재의 현황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문헌과 실물에 대한 양방향의 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헌조사는 각 사찰의 사적기(寺蹟記) 등 문헌자료를 검토 분석하고, 실물조사는 성보문화재의 제작기법을 중심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조사가 사진촬영과 조서작성을 위주로 이루어졌으나, 임 교수는 X선을 이용해 불상 내부구조와 제작기법을 파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문헌과 실물조사를 바탕으로 각 사찰의 역사와 의의를 밝히고, 성보문화재의 제작기법을 밝힘으로써 문헌자료의 부족으로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조각승(彫刻僧)들의 활동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역 대학에서는 희귀한 불교미술학자다.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동양미술사(석·박사)를 전공하고 와세다·릿쿄(立敎)·고쿠가쿠인(國學院)대 등에서 강단에 서다 지난해 3월 영남대에 부임했다.

경기도 고양 출생으로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기독교인이면서도 불교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 발굴작업에 참가해 고고학과 미술사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고대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고대미술의 대부분이 불교미술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미술을 전공하게 됐다.

임 교수의 역량은 이미 일본에서 더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말 일본 국보 1호인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이 안치된 고류지(廣隆寺)에 대한 통설을 뒤엎는 연구로 '한일불교문화학술상'을 수상했다.

일본 다이쇼(大正)대와 동국대가 공동주관하는 이 상은 전년도에 출판된 불교 관련 논저 중 한·일 불교사 및 불교문화연구에 학술적 공헌도가 큰 일본어 출판 저서를 매년 한 작품씩 선정해 주는 것이다.

2001년 첫 수상자를 낸 이래 4년째이지만 임 교수가 두 번째 수상자일 정도로 심사기준이 엄격한 권위있는 상이다.

그가 이 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는 '고류지의 역사 연구'라는 저서가 일본 불교학계에 대단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7C~13C에 이르는 고류지의 발전사와 그 곳에 안치된 불상의 신앙형태를 4년여간의 현지답사와 문헌고증 등을 통해 고류지가 지닌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밝혀냈던 것이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학자가 순수하게 일본의 불교문화 발전사를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것이었다.

이제까지 한·일간의 불교미술교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주로 삼국시대의 불교미술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순수하게 일본의 불교미술 자체를 다룬 연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이와관련 사료와 현존 작품이 매우 적어 연구가 용이하지 않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두 나라 불교미술과 불교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밝히는데 주력할 생각임을 밝히기도 했다.

"각 사찰의 건축물과 불상·불화 등의 성보문화재는 각각 별개의 의미를 지니고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찰이라고 하는 특정 공간에 목적을 가지고 조성된 것입니다.

" 임 교수는 그래서 각 사찰의 역사와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는 각 성보문화재에 대한 개별연구와 함께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구·경북지역의 불교미술을 조사 연구하고 우리 지역의 불교미술이 한국불교사에서 차지하는 의의를 밝혀보고 싶은 것이 불교미술 전공자로서 가지는 새해의 바람이다.

역량있는 젊은 학자에 의해 지역 불교의 역사와 성격이 새롭게 조명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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