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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다면 평가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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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구 모구청 김모(55) 과장은 업무시간에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신경질을 냈다. 일면식도 없는 시청·타 구청의 공무원들이 전화를 걸어와 가족 안부를 묻다가 '잘 부탁합니다', '믿겠습니다'라고 부탁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 올해 승진 심사에 필수적인 다면평가위원회가 다음주초 시청, 구·군청에서 일제히 열리는 탓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는 "승진 대상자들이 1, 2주 전부터 출근 도장을 찍자마자 직접 찾아오거나 줄줄이 전화를 걸고 있다"면서 "왜 이런 심사 방식을 도입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털어놨다.

승진 심사에서 다면평가 점수가 30~50%를 차지하면서 업무를 제쳐놓고 시청 공무원은 구청으로, 구청 공무원은 시청으로 인사하러 다니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일부 승진심사 대상자들은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는 물론 하루 걸러 하루꼴로 '한 표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는 등 이름을 알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한 대상자는 "다면평가제가 일종의 선거처럼 전락해 한 표 모으기에 급급하다"며 "인사를 하자니 역효과가 날 것 같고, 안하려니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6∼8급 공무원의 승진 경우 4, 5급 각 5명, 6~9급 각 10명씩 모두 50명이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위원 명단은 당일 오전에 통보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많은 공무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고 있다.

경력, 교육, 근무성적 등을 평가한 승진후보자 명부 점수가 심사점수의 70%를 차지하지만 점수변별력이 낮기 때문에 다면평가의 비율(30%)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경우 6~8급 승진심사 대상자는 262명이다.

심지어 다면평가를 앞두고 동창회, 직장협의회, 동호회 등 사조직의 힘이 커지면서 '누구는 밀어주고 누구는 떨어뜨리자'는 식의 논의까지 오가는 실정이다. 한 공무원은 "지난해 일부 구청에서 다면평가시 직장협의회나 특정 동호회가 담합해 특정인을 탈락시킨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전국공무원노조 사태 당시 전공노가 다면평가를 간부들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행정자치부에 제도 폐지를 건의해놓은 상태다. 다면평가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승진심사에서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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