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식아동 밥 챙겨 먹이는 신상규(75) 할머니

"할머니 덕분에 매일 간식까지 먹어요."

13일 오후 6시30분 대구 중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 2층 어린이방. 20여 명의 결식아동들이 신상규(75·중구 남산동) 할머니가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또 12명분은 도시락으로 만들어져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거리가 먼 곳에 사는 아이들에게 배달됐다.

신 할머니는 지난해 9월 손자가 무료급식을 받고 있는 복지관으로부터 결식아동들을 위한 식사봉사 제안을 받은 뒤 선뜻 받아들이고, 주말과 간식을 시켜먹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3시쯤 나와 6시까지 메뉴에 맞춰 반찬과 국 등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할머니의 봉사 덕분에 인건비 부담을 덜게 된 복지관 측은 끼니당 지급되는 2천500원으로 맛깔스런 저녁과 함께 바나나우유, 과자류 등 간식까지 마련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몇몇 결식아동들은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2, 3그릇씩 '뚝딱' 먹어치웠으며 반찬이 부족하면 직접 배식대로 가서 가져다먹기도 했다. 신 할머니의 손자 조모(14·ㄱ중 2)군은 "다른 아이들이 저녁을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가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 할머니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더욱 부지런히 움직인다. 동작이 느리기 때문에 예정 시간보다 일찍 나와 음식준비를 하고 아이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재료손질부터 반찬 하나까지 정성을 쏟는다.

복지관에서 결식아동을 담당하는 조현수(30) 사회복지사는 "신 할머니는 노령에다 아들까지 장애인 2급 판정을 받고 집에서 앓아 누워 있어 심신이 몹시 고달프실 텐데도 아이들이 잘 먹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 하신다"라고 말했다.

김치전, 계란찜, 햄·맛살조림, 쥐포조림 등을 잘 만든다는 신 할머니는 "어차피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노닥거리느니 여기서 아이들 위해 식사준비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기력이 다할 때까지 맛있는 밥과 반찬을 해줄 작정"이라고 했다. 3시간이 넘도록 식사 준비를 마친 할머니는 아이들이 맛있게 저녁을 먹는 모습을 본 뒤 흐뭇한 표정으로 손자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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