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시효'가 쟁점

법조계 "반인륜 범죄여서 시효 무의미"

한국정부가 한일협정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한국인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포기하는 등 사실상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외면했다는 사실이 17일 관련 문서 공개로 알려지면서 유족들의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만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은 이미 한국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5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에는 '한국 원폭피해 미쓰비시(三菱)징용자 동지회' 소속 회원 6명이 2000년 5월 1일 부산에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연락사무소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본사와 연락사무소를 상대로 낸 6억600만 원의 배상금청구소송이 계류 중이다.

이 소송은 물론 앞으로 이어질 개별 소송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개인 청구권의 소멸시효.

한일협정 체결 당시를 시효 시작으로 할 때 이미 민사상 채권 소멸시효인 10년을 이미 넘겼기 때문에 배상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강제징용 등이 국제법상 규정된 반인륜 범죄이기 때문에 시효 문제를 적용할 수 없을 뿐더러, 우리 정부가 회담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개별 청구권 행사의 길을 막았기 때문에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가 개별청구권 포기 대가로 받은 돈 중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보상금을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사용한 것도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족회는 이미 우리 정부를 상대로 '미불노임 공탁금 반환청구 소송', '후생연금 반환 청구소송'을 준비 중인데다, 이들이 협정 당시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자의적으로 미불노임을 집행했다는 게 증명되면 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민변 최봉태 변호사는 "정부가 부당하게 개인청구권을 소멸시켜 사유재산권까지 침해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도 개별 소송에 나설 수 있다"며 "관련 문서 검토가 끝나는 대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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