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협정문서 공개속 北 과거청산 촉구

북한 외무성이 남측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일협정문서가 공개된 17일 일본정부에 과거청산을 위한 결단과 실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때 주로 활용해 온 외무성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인터뷰 형식이 아니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과거청산을 촉구, 격을 한 단계 높였다.

물론 북한은 성명에서 한일협정문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올해가 일제패망 60돌을 맞는 해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한일협정문서 공개와 때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의식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일협정문서가 공개됨으로써 북한은 일본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마련한 셈이며 한일협정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한일협정문서가 공개된 당일 굳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일본에 과거청산을 촉구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동시에 향후 북일 수교협상에 대비해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아내려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북일 양국은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평양선언을 통해 이미 양국간 수교 후 일본이 '경제협력' 방식으로 보상을 한다는 큰 틀에 합의해둔 상태다.

그러나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 등 각론에서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향후 일본의 과거청산을 둘러싼 양국간 협상은 더 많이 받아내려는 북한과 될수록 적게 주려는 일본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이 논평을 통해 일본이 6자회담의 기본 의제를 벗어난 납치문제를 줄곧 제기하고 있다며 일본과 6자회담에서 마주앉는 것이 역겹다고 비난한 사실이다.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며,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은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것을 차단하며 해방 60돌과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계기로 일본의 과거청산을 강도 높게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일협정문서 공개로 일본의 과거청산에 대한 남측의 비난 분위기에 편승해 북한에 대해서도 과거청산을 촉구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 같다"며 "결국은 일본에 국교정상화 교섭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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