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다시 서는 가게'

"헌옷·재활용품 싸게 팔아 노숙자·결식아동 도와요"

치약 100원, 비누 100원, 작업용 바지 1천 원, 유아·아동용품 등 모든 물건이 비싸봐야 3천 원 안팎인 '염가(廉價)' 매장이 등장했다.

중구 서문시장 옆 대구아울렛 5층의 '다시 서는 가게'.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찬 이곳은 집 안의 잡동사니(?)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주부 김홍숙(52·서구 평리동)씨는 "지난주 대형소매점에서 2천800원에 산 반찬통과 플라스틱 음료 병이 1천500원 밖에 하지 않는다"며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던 물건들이 참 많은데 내친김에 남편 넥타이를 1천 원에 샀다"고 했다.

주부 이기람(46·북구 침산동)씨도 "값싼 물건을 사고 노숙자나 결식아동도 도울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집에서 처치 곤란한 유행 지난 겨울 점퍼, 스카프, 목도리, 코트 등을 내다버리지 말고 이곳에 기증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시 서는 가게'의 모든 수익금은 '수녕의 집' 무료급식과 '나누우리' 노숙자 쉼터 운영, 결식아동 돕기에 고스란히 쓰인다.

이 가게를 연 조현자(48·여) 사장은 이미 수년째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5가지 사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조 사장은 "남을 돕는다는 것은 포장이 아니라 실천"이라며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데 다시 일어서야 할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줄 수 있는 우리 가게에 와서 많이 팔아달라"며 웃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곳에 점포를 마련, 오는 26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지만 벌써 입소문이 나는 바람에 하루 300~400명의 고객들이 다녀가고 있다.

하지만 물건값이 싸기 때문에 수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동, 유아용품은 내놓기 바쁘게 팔리고 있고, 심지어 30여만 원이나 하는 휠체어도 기증받아 5만 원에 팔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1만 원이다.

"우리 주위엔 좋은 사람이 참 많아요. 팔고 남은 이불조각으로 방석을 만들어 주고, 약간의 하자가 있는 바지를 돈도 안 받고 떼줘요. 창고 등에 얼룩지거나 파손된 물건이 참 많을 텐데 모조리 다 끌어다 오는 게 제 1차 목표랍니다.

"

조 사장은 기초수급생활대상 자녀나 저소득층 가정에 가장 시급한 일은 '돈 안 들고 학교보내기'라고 했다.

그래서 학습지, 교과서, 교복 되물려주기를 '다시 서는 가게'에서 해주고 싶어한다.

"집 안에 수북이 쌓아놓은 일회용 학습지, 문제집, 교과서 전화만 해주시면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또 다른 자녀가 공부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길입니다.

" 문의:053)556-1003, 053)255-8300.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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