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이야기-(25)어르신 건강 제대로 챙기자

기자에겐 일흔이 넘은 홀어머니가 계신다. 어머니는 퇴행성관절염, 골다공증, 심장병 등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내과 의원에 다니신다. 당신은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서 자식이 소개한 병원에 가시길 꺼리는 편이다. 관절염 때문에 인근 병원에 모시고 간 적이 있는데, 몇 번 다니다가 발길을 끊으셨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 방에 낯선 약 봉투가 있었다. 심장병 치료약들이었다. 이미 심장병 약을 드시고 있는데 또 드시면 안 된다며 만류했다. 어느 병원에 가셨을까.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이웃 어른들과 집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모 의원을 가신 것이다. 노인들 사이엔 입소문이 난 곳이다. 그곳은 전문의가 있는 곳이 아닌 듯했다. 그런데도 온갖 노인성 만성 질환을 진료한다고 한다. 의사는 어머니에게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도 묻지 않고 그냥 증상을 듣고 약을 처방해 준 것이다.

노인들은 외롭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 몸이 아파도 혼자 해결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이 알아서 아픈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는 있다.

건강식품이나 의료기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노인들의 이 같은 심리를 장사에 활용한다.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은 스스로 지키세요." 그래서 노인들이 쌈짓돈을 털어서 턱없이 비싼 건강식품이나 의료기를 샀다가 후회하는 사례들이 많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65세 이상 내과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노인 10명 중 8명이 세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병원을 찾기 전에 4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다약제(多藥劑) 복용' 노인 환자가 40%나 이르러 약물의 과다복용에 의한 '약물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위험은 노인들이 같은 질병에 대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중복 처방을 받거나 여러 질환으로 인해 복용하는 약물이 많기 때문에 비롯된다. 노인들은 의학적인 상식이 부족해 약물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복용하는 약이 많다 보니 의사에게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모님의 건강에 관심이 없는 자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만으론 안 된다. 병원에 가 보라고 돈만 드려서는 안 된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님 대신 의사에게 증상을 잘 알려주고, 의사의 진단과 치료법을 잘 듣고 와야 한다. 노인의 건강은 자식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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