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할리우드 "볼거리 충실해"

한국영화 시장에서만큼은 2004년이 할리우드에 충격의 한 해였다.

한국영화가 60.3%라는 꿈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동안 할리우드는 시샘 어린 눈으로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만 했다.

'2005년은 다를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며…. 꿈의 공장 할리우드가 올 한해 선보일 기대작들을 살펴봤다.

◇영웅들의 부활-'배트맨 : 비긴즈'와 '킹덤 오브 헤븐'

배트맨이 다시 돌아온다.

1995년 '배트맨 포에버'로 시작된 실망은 2년 뒤 '배트맨 앤 로빈'으로 씻을 수 없는 낙담을 불렀다.

그로부터 8년이라는 긴 세월을 절치부심하던 '박쥐 인간'이 '비긴즈(Begins)'라는 제목으로 새 생명을 시작한다.

배트맨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배트맨 : 비긴즈'(크리스토퍼 놀란 감독·7월 개봉)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영화화한 태초의 비밀을 담은 프리퀄 영화.

촬영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놀란 감독은 전작들의 실패를 곱씹지 않기 위해 화려한 액션에 앞서 철저히 강력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듯. '아메리칸 사이코'와 '이퀄리브리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크리스찬 베일이 검은 가면과 망토를 입었고, '라스트 사무라이'로 친숙한 와타나베 켄과 리암 니슨,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게리 올드먼 등 초호화 배우진들도 이번 작품의 기대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번엔 십자군 전쟁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신작 '킹덤 오브 헤븐'(5월 개봉)은 2차 십자군 원정에 나선 서방의 기사들과 이슬람 영웅 살라딘과의 1187년 전투를 중심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장엄한 역사극과 리얼한 전쟁신이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

영원한 '요정전사' 올랜도 블룸이 살라딘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비운의 기사 바리앙으로 등장하며, 에바 그린이 그와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공주로 나선다.

'글래디에이터'의 재미를 연장할 이 강렬한 액션서사극의 단점은 최악의 타이밍. 하필이면 이라크 전쟁 등으로 서방과 이슬람의 갈등이 고조된 지금, 개봉날짜를 잡다니.

◇별들의 전쟁-'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와 '우주전쟁'

영화팬들이 지난 28년 동안 기다려온 스타워즈의 비밀이 드디어 벗겨진다.

"이번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공언하고 나선 조지 루카스가 오는 5월 '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를 들고 나타나는 것.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이번 작품에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떻게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의 검은 가면을 쓰게 됐는지, 그 비밀이 공개된다.

제국 건설에 뛰어든 은하계 공화국 의장 팰퍼타인과 시디어스의 관계, 오비완과 아나킨의 사제간 결투, 그리고 루크와 레이아의 탄생 등은 스타워즈 신화의 마지막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또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드로이드 군대와 클론 기병대의 전투신 등 화려한 CG도 다시 그 위력을 입증할 태세.

오는 6월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린 화성인을 만날 차례. H.G. 웰스가 지난 1898년 낸 유명한 공상과학소설 '우주전쟁'이 두 번째로 스크린에 옮겨진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이어 톰 크루즈와 다시 손은 잡은 이번 작품은 제작비만 2억 달러가 소모되는 등 그 무게감에 일단 기대를 모은다.

또한, 스필버그가 그린 화성인의 모습이 어떨지에도 관심이 간다.

그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머리가 크고, 가늘고 긴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문어형으로 화성인을 묘사했을까. 귀엽고 깜찍한 다코타 패닝과 팀 로빈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이 영화가 가진 또 다른 매력.

◇판타지의 세계-'해리포터와 불의 잔'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

역시 해리포터는 겨울방학이 제철이다.

여름에 개봉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겨울로 다시 돌아와 국내 머글들을 찾는다.

해리포터 시리즈 제 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마이크 뉴엘 감독·12월 개봉)은 현재까지 나온 조앤 K. 롤링의 원작 가운데 최고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 여기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도니 브래스코' 등을 만든 한 노련한 이야기꾼의 손에 맡겨졌으니, 어쩌면 7편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비중 있고 화려하며,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나올 듯하다.

퀴디치 월드컵, 세계 각지에서 날아든 용, 트리위저드 게임 등 이번 작품에는 영화적 스펙터클함을 만끽할 수 있는 내용들이 150분 분량에 한꺼번에 포함된다.

또 어리고 귀여운 더벅머리 꼬마에서 이제 14살의 매력적인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는 해리포터의 사춘기를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화면으로 선보일 예정. 그의 첫사랑도 공개된다는데….

올 9월에는 팀 버튼만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에 빠져보자.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팀 버튼의 손에 의해 영화화된다는 소식은 가슴을 뛰게 한다.

게다가 '가위손', '에드우드', '슬리피 할로우'에서 그와는 찰떡궁합임을 과시했던 조니 뎁이 출연하기로 결정됐다니.

주인공 윌리 왕카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만드는 인물. 기상천외한 초콜릿 공장 안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살아가는 기인이자 대부호이기도 하다.

괴팍하고 불가사의하다는 점만 보더라도 팀 버튼과 조니 뎁이 선호할 만한 최적의 인물인 셈. 아마도 관객들은 올 여름 상상 이상으로 독특한 윌리 왕카를 만나게 될 듯.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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