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이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하천 수해복구공사를 시행하면서 시공상의 문제점이 검증되지 않은 제방공사 자재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재로 시공한 제방 및 호안은 완공 후 1년도 안돼 무너져 내리거나 균열이 생겨 재시공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문제가 된 자재는 경주시의 모 업체가 생산한 시멘트 환경축대 블록인데 예천군이 친환경 공법을 적용한다는 명분으로 관급 자재로 지정, 2년간 10억여 원어치 28만 장을 구매해 46개 현장에 시공했다.
그러나 이 자재는 단면 길이가 짧아 제방용으로 시공할 경우 사면과의 접합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시공업체는 물론이고 담당공무원들조차 수방용으로 적합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같은 문제는 시공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 블록이 보조자재층과 제대로 맞물리지 않자 일반 수직 쌓기로 처리했고 별도의 고정장치가 없어 비와 외부 충격에 견디지 못해 현장 곳곳에서 하자가 발생했다.
예천군 보문면 오암리 오치천 현장은 지난 2004년 여름 완공 후 큰 비가 없었지만 마치 홍수에 휩쓸린 듯 형체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주민 윤혜숙(45)씨는 "복구공사가 진행되던 당시 인부들이 현장 여건상 환경축대 블록이 시공자재로 적합지 않아 하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는데, 결국 공사가 끝난 직후 새로 쌓은 제방이 맥없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친환경 자재의 기능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블록사이 공간에 토사가 채워져 각종 식물이 자라야 하지만 대부분 아무 것도 없는 시멘트 덩어리 그대로였다.
문제점이 발견됐는데도 예천군은 이 자재 한 가지만 구매했다.
인근 자치단체가 기능 검증을 위해 여러 회사의 제품을 시험 시공한 뒤 우수한 것을 채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예천군 담당자는 "이 자재는 공인규격품으로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시공방법과 기술이 다소 미흡해 하자가 발생했고 대량 구매한 것은 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납품업체 측은 "수해복구공사 설계용역회사에 이 제품을 많이 홍보를 했고 그 결과 단가가 저렴하고 수급이 원활한 점 등을 인정받아 조달 납품한 것으로 특혜 독점구매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예천·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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