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위트'출연 윤석화씨 10년 만에 삭발

"어때요, 좀 '리얼'한가요?" 19일 오전 청담동 박준 미장. 박준 원장의 빠른 손놀림으로 눈 깜짝할 사이 그의 머리카락이 모두 잘려나갔다.

연극인으로 산지 어느덧 30년. 세월이 말해 주듯 만년 소녀 같았던 그의 머리카락 밑동도 전부 하얗게 세어 있었다.

"떨리네요. 꼭 제의를 지내는 기분 같기도 하고. 흰머리가 많아서 죽음을 앞둔 환자의 모습을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윤석화씨가 삭발했다.

다음달 11일부터 3월 27일까지 우림 청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위트'(연출 김운기)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극을 위해 삭발한 것은 1995년 '덕혜옹주' 이후 딱 10년 만이다.

"이미 경험이 있어 이번엔 좀 담담할 것"이라면서도 막상 머리카락이 잘려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하얗게 센 짧은 머리에, 가뜩이나 깡 마른 몸매가 영락없는 환자의 모습이다.

"배우로서 극에 몰입하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럽지만, 여자로서 일상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그래도 연기를 위해서라면 항상 최선 이상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이 국내 초연인 '위트'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룬 작품. 그가 맡은 역 비비안 베어링은 17세기 영시(英詩), 특히 형이상학의 최고봉인 존 던의 시를 연구하는 대학교수다.

50세가 되도록 결혼도 않은 채 연구에만 매달려온 그가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고 그제야 자신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살았던 지난날을 돌이키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

마거릿 에드슨 원작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 뉴욕 드라마 비평상 등을 수상했고, 마이클 니콜스 감독, 엠마 톰슨 주연으로 2001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윤씨로서는 자신의 연극인생 30년을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꼽히게 될 작품이라며 강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2000년 '바다의 여인' 이후 5년 만에 도전하는 정극이기도 하다.

"주인공 비비안은 저와 참 비슷한 면이 많아요. 나이대도 그렇고, 스스로 너무도 치열하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두요. 이 여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자신의 삶이 그토록 치열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도 이 작품을 하면서 진정한 치열함이란 무엇인가, 치열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네요." 난소암 말기 환자라는 역할이 더 와닿는 건 바로 어머니 때문이다.

윤씨의 어머니 또한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2003년 5월 작고했다.

"어머니가 수술 후 너무 아파하실 때 손을 잡고 많이 울었어요. 이 역할을 하면서 어머니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 이번 공연은 PMC프러덕션(대표 송승환)이 기획한 '2005 여배우 시리즈'의 제1탄이다.

이를 시작으로 김성녀, 손숙, 박정자, 양희경, 김지숙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진다.

연출 김운기씨는 윤씨와 1985년 '화니'란 작품으로 만났던 사이, 번역을 맡은 이희준씨는 연출 김씨와 부부 사이다.

수 8시, 목~금 3시·8시, 토 3시·7시, 일·공휴 3시(2월 11일 첫회, 월·화 공연 없음). 3만~5만 원. 2월 10일까지 조기예매시 20% 할인. ☎02)569-0696.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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