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대역 주부 댄스팀 흥겨운 무대

"지하철 역은 '문화공간' 입니다"

'♪새빨간 립스틱, 섹시한 스타킹, 새까만 긴머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 난 황홀할거야! ♪'

21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교대역 대합실.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부 40여 명이 경쾌한 댄스곡에 맞춰 구슬땀을 흘려가며 스포츠 댄스를 추고 있었다.

올해로 창단 5년째를 맞이하는 '교대역 스포츠댄스팀'이다.

이 댄스팀은 주부 60, 70명이 지난 2001년 9월 교대역장과 남구청의 도움으로 지하철역 대합실 넓은 공간을 무대 삼아 만들었다.

이들은 5년째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댄스를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시끄럽다'며 반대하는 민원도 많았고, '귀찮다'며 비협조적인 역무원도 있었지만 이제는 교대역의 한 문화공간으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지하철 이용객들에게도 작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기문자(68·남구 봉덕동)씨는 "늙은 나이에 주책이라 할 수도 있지만 춤을 추고 나면 하루가 너무 즐겁고 유쾌해진다"며 "처음에는 남구 주부들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달서구 상인, 대곡 등 먼 곳에서 원정오는 주부들도 있다"고 했다.

초대회장을 지낸 김영순(58·남구 대명2동)씨는 "이렇게 볼품은 없어 보일는지 몰라도 2002년 4월 전국 아마추어 댄스스포츠 경연대회 단체일반부에서 2위에 입상한 팀"이라고 자랑한다.

스포츠 댄스팀 때문에 교대역에는 흥미로운 풍경도 자주 연출됐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댄스팀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한쪽에서 슬금슬금 따라 춤을 추는가 하면, 손자·손녀들이 할머니와 함께 춤추며 분위기를 달구기도 한다

댄스팀 창단 아이디어를 내고 5년째 각종 지원을 해주는 백정부(48) 교대역장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역을 만들려고 여러가지 방안을 찾다보니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교대역이 청소년 문화공간 등 '사랑이 머무는 광장'으로 특성화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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