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사고보다는 암기
얼마 전 상담한 어느 초등학생 학부모는 영어 학습을 단어 외우기로 시작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매일 일정량의 단어를 공책에 적고 외우기, 문장이나 단락을 우리말로 옮기기, 문장과 대화 외우기 등과 같은 과제가 있어야 하며, 그 양은 1시간 30분 이상 동안에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수업은 매 시간마다 단어와 문장 테스트와 같은 숙제 점검 중심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단순히 숙제를 내어주고 그것을 점검하는 사람인가? 숙제를 내고 그것을 확인하다 보면, 정작 교사의 본분인 진정한 교육에는 소홀해진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생각하고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보다 그저 외우는 것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현실-무자격 강사
현재 영어 학습과 교수법 가운데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이중 언어 교육(Bilingual Education)과 몰입 프로그램(Immersion Program)이다. 외국어나 제2언어로서 영어 학습(Learning)이 아니라 모국어처럼 영어 습득(Acquisition)을 하는 교수접근법이다. 듣기, 말하기, 읽기와 쓰기의 네 가지 언어기능 발달과 수학, 과학, 사회 등의 영역별 지식을 동시에 넓힌다. 결국 의사소통과 언어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통합적인 교수방법으로 감에 따라 영어 교육을 맡은 교사나 강사의 자질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설 교육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다 보니 자질이 모자라는 강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적잖이 보인다. 단순히 TOEIC, TEPS나 TOEFL과 같은 시험 점수가 높다거나, 영어 회화를 어느 정도 한다는 이유로 강의를 맡기도 한다. 외국인 강사의 경우 영어가 모국어라는 사실만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이는 극히 위험한 일이다. 단순히 영어 실력이 있다고 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지식을 쌓고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강단에 서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방법-Teacher's Training
영어교사나 강사의 기본적인 조건은 뛰어난 영어 실력이다. 네 가지 언어기능이 골고루 발달해 있어야 하며 이 언어기능들을 통합적(Integrated)으로 사용해야 한다. 강사 스스로가 실제로 영어를 학습한 경험과 방법이 영어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하는 자세와 철저한 수업 준비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강사를 관찰하고 면담하는 일도 필요하다. 아래와 같은 능력과 자세를 갖추었는지 따져보면 좋을 것이다.
i) 꼼꼼하고 빈틈없는 수업 계획을 짠다. 수업은 전체 목표 아래 중요한 세부 사항들을 중심으로 복습 평가나 활동들이 적절하게 분배돼야 한다. 단조롭지 않고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흥미나 관심을 갖도록 한다. 언어의 네 가지 기능이 수업 전반에 걸쳐 골고루 분배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ii) 문맥을 풀 수 있는 다양한 실마리를 준비한다. 어떤 단어나 문장을 설명할 때 말만으로 학생들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한국어로만 설명할 게 아니라 손짓이나 몸짓, 얼굴 표정으로 의미를 전달하도록 한다. 또 그림, 사진, 슬라이드, 지도와 같은 시각적인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적극 돕는다.
iii) 학생들의 이해 여부를 수시로 점검한다. 학생들에게 설명한 뒤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파악하는 방법도 대단히 중요하다. 가끔 학생들의 이해 여부는 상관하지 않고 강사 혼자만 진도를 나가는 경우가 있다. True 또는 False을 이용한 이해 측정, 학생들에게 실례를 이야기하도록 하기, 이해한 내용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학생들 자신의 말로 표현하기, 중요한 정보를 요약하기 등 여러 방법이 가능하다.
iv) 교재 연구를 통해 응용력과 활용법을 키운다. 일반적으로 교재란 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교재 내용이 부족하다면 그 내용을 확장하여 학생들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며, 반대로 너무 많을 때는 알아야 하는 중요 부분을 요약해 주어야 한다. 교재는 같은 패턴이 대부분 반복되더라도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한다.
정원철(앤도버스쿨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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