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하와이안 치킨

파인애플-고기 찰떡궁합

고기 중에 닭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팍팍한 가슴살을. 닭 요리를 하면 남편과 아이들은 가슴살에는 손도 대지 않지만 그런 식구들 덕분에 나는 포식을 하곤 한다. 백숙을 해도, 오븐 구이를 해도, 찜닭을 해도, 배달해온 통닭을 먹을 때도 가슴살 덕분에 나는 늘 흐뭇하다.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남편.

"그게 넘어가니? 난 씹어도 씹어도 안 넘어가던데. 하여튼 식성 한번 특이해."

아이들도 고개까지 살래살래 흔들며 "으~~, 난 가슴살 정말 싫던데. 어머니는 그게 좋아요?" 한다. 참나, 맛만 좋구만. 고기는 닭고기, 닭고기 중에서는 가슴살이 최고지.

그런데 그렇게 싫어하는 가슴살만으로 만들어도 두 아이 모두 젓가락질이 바빠지고 이때만큼은 나는 포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바로 파인애플을 넣어 만든 '하와이안 치킨'.

방학이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우리 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요리하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친구 집에 전화를 거는 열 살의 작은 아이. 친구 빼고 우리끼리 하면 섭섭해서 삐칠지도 모른다나 어쨌다나. 맛있는 요리 할 거니까 아침밥 먹지 말고 오란다. 같이 요리하자는 말에 잠도 덜 깬 채 달려 온 딸아이의 친구와 함께 우리 집 부엌은 아침부터 야단법석이 따로 없다. 이제는 둘 다 칼질도 제법이다.

닭고기는 저울에 달아 반씩 나눠 자르더니 우리 아이는 후추를, 아이 친구는 소금을 뿌린다. 버무리는 것은 둘이 같이 하느라 대접 속에서 작은 손들이 부딪친다.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연방 마주보고 깔깔거리는 두 아이. 참 잘 어울리는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는데 고기와 파인애플만한 것이 또 있으랴 싶을 정도로 가슴살의 맛을 화악~ 변화시켜주는 파인애플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파인애플에 들어 있는 브로멜린은 단백질이 주성분인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소화 작용을 촉진해 주는 작용을 한다. 보통 고기 요리를 할 때 부드럽게 하기 위해 배나 무를 쓰는데 파인애플의 효과는 그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래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이 있나 보다. 파인애플에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다면 우리의 위장 벽도 단백질이 주성분인 근육질이니 우리의 위장도? 그럼 큰일나겠지만 우리의 위벽에는 뮤신이라는 점액질의 물질이 위벽을 보호해 주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파인애플을 빈속에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으니 뮤신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워낙 강한 위력에 의해 위벽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뷔페 가서 맛있는 거 잔뜩 먹은 뒤에 후식으로 딱!인 것이 파인애플이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닭 가슴살 400g, 파인애플(통조림) 4조각, 브로콜리 150g, 피망 1개, 붉은 피망 1개, 양파 1개,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올리브유 1큰술, 버터 1큰술, 물 3큰술, 소금과 후추 조금

◇만들기=①닭 가슴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소금과 후추를 뿌려 버무린다. ②파인애플, 피망, 양파는 가로 세로 1.5㎝ 정도 크기로 썬다. ③브로콜리는 살짝 데친다. ④달군 팬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넣고 닭고기를 볶는다. ⑤닭고기가 반 이상 익었을 때 간장과 설탕, 물을 넣은 뒤 파인애플, 피망, 양파를 넣고 볶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