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 언덕을 낀 독일의 라인(Rhein)강변은 중세의 고성(高城)들이 즐비한 관광지로 변모되고 있다. 히틀러가 '라인강을 검게 물들여라'며 전쟁 군수품 생산을 위한 공업화를 밀어붙였을 때만 해도 라인강은 관광지보다는 석탄과 기름을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들이 가득 찬 독일 경제의 동맥이란 이미지가 더 강했다.
스위스의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강물이 독일을 지나 멀리 네덜란드의 바다까지 흘러가는 1천325km의 라인강은 이미 12세기 무렵부터 유럽의 산업용품 수송과 소금 등의 교역통로 기능을 했다. 따라서 자연스레 라인강 주변 영주들의 세력 확장과 경제권 장악 투쟁이 생겨나게 됐고 한때 350여 개의 영주국가로 나눠져 있던 독일의 영주들은 앞 다투어 라인강 언덕 요새에 각자의 성들을 경쟁적으로 축성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성들은 거의가 800~900년 전에 세워진 것들로 대부분 성터만 남아있는 폐허가 된 성들 가운데 후손들의 영향력이 큰 몇몇 성과 정부나 재력가에 의해 매입된 성들이다. 당시 성주들은 강을 지나는 소금배나 통행인들에게 통행세를 거뒀다.
당시 소금은 금보다 더 비싸다고 했을 만큼 귀중한 생필품이었고 영주들은 대포와 수비병들을 배치해 세금을 거둬갔고 무역상들은 라인강을 통과하면서 물목을 지키고 있는 수십 군데의 성주들에게 통행세를 뜯겨야했다.
자연히 성주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고 '고양이 성'(1371년 축성)과 '쥐의 성'(1356년 축성)은 강을 가운데 두고 서로 세력을 과시해오다 치열한 전투를 치러 고양이 성이 승리하면서 쥐의 성은 통행세 징수권을 빼앗기고 쇠락했다.
고양이 성은 헤센 지방의 백작 소유를 거쳐 현재는 일본인 사업가의 소유로 돼있으며 쥐의 성은 1806년 경매에 부쳐져 가트너라는 조각가에게 팔려 보존돼오고 있다.
쥐의 성은 매와 독수리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시설을 관리, 해마다 여름 몇 달 동안에는 거의 매일 독수리와 매에 관한 흥미로운 강의와 매쇼를 개최한다. 쥐의 성(Maus)이라는 말은 남부 독일의 사투리인 '마운트'(관세라는 뜻)에서 유래해 통행세 징수를 목적으로 세워진 성임을 입증하고 있다.
라인 강변의 성들 중에는 700여 년이 더 지난 낡은 성을 호텔로 활용, 유지보수 비용 등을 충당하는 성들도 있다. 대표적인 호텔 성은 쉔 부르그(Schon Burg)라는 성으로 856년 전에 세워졌다.
축성 당시 그 거대한 성에는 고작 5세대 귀족집안만이 살다가 후에 여러 세대가 나누어 사는 공동소유제로 바뀌었다. 그 뒤 1689년 프랑스에 의해 파괴된 뒤 2백여 년을 폐허로 방치됐다가 뉴욕의 은행가가 사들여 30여 년에 걸쳐 대대적인 보수를 했고 1950년 시의회에서 다시 사들여 추가 보수 공사를 한 뒤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성안 호텔의 방값만도 하룻밤에 42만 원이며 레스토랑과 갤러리 등은 특급호텔 수준이다. 라인강 주변의 자치단체들은 강변의 성을 중심으로 한 관광 수입을 위해 미스 로렐라이 선발, 유람선 관리, 매쇼 등 각종 이벤트를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이제 라인강은 석탄을 실은 컨테이너의 뱃길보다는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세계에서 가장 긴 관광코스로 변화돼가고 있다.
글·김정길 본사 명예주필
사진·권정호 한국사진기자회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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