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노조 부정선거 의혹 확산…도덕성 치명타

우리은행, 투표결과 개표한 후 보고 지시…폭력 사태로 경찰 출동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인사개입 문제로 노동운동의 도덕성이 추락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투표조작, 폭력사태 등 불법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김기준 후보(외환은행)와 양병민 후보(하나은행)가 출마한 가운데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렀으나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투표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개표작업이 중단됐다.

우리은행은 800여 개 투표함 중 40여 개를 개봉한 결과 상당수의 투표용지들이 10장씩 묶음으로 정리돼 있거나 투표용지들이 10장씩 접힌 상태에서 차곡차곡 쌓여 있었으며 이들 투표용지의 95%가량이 일방적으로 양병민 후보를 지지했다.

이 은행은 또 투표당일인 19일 오후 4시32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분회별로 투표 후 개표결과를 보고하도록 공문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모든 선거가 유권자 개인이 직접 참여해야 하고 비밀로 진행돼야 하는 원칙을 어긴 것이며 투표결과가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기준 후보 측의 주장이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투표용지를 묶음으로 정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개표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은 문제 제기 후 바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후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와 우리은행 노조 간에 마찰이 발생, 금융노조 선관위가 우리은행 노조로부터 감금 당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해 서울 중부경찰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빚어졌으며 투표함 보전을 위해 사설경찰이 배치됐다.

김기준 후보 측은 이와 관련 이날 조흥은행과 제일은행 등 18개 금융기관 노조위원장들은 공동 명의로 발표한 '금융노조 임원선거 불법 규탄 성명서'에서 "선거가 불법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데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금융노조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어느 쪽의 말이 진짜 맞는지 확인하기 힘들지만 기아자동차 노조 사태로 노동계가 도덕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파행은 노동계의 힘을 더 빼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고임금을 받는 화이트칼라층의 '귀족노조'가 권력다툼을 벌이느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형국"이라고 비판하고 "기아자동차 노조가 권력화하는 과정에서 도덕성이 실추된 것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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