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총장 직선만이 능사인가?"

구성원간 갈등 심화…학내 재고 요구 확산

영남대 총장선거 파행사태를 계기로 총장 직선제를 재고하자는 움직임이 대학 내부에서 일고 있다. 27일 영남대 총장선거 무산 직후 공대 이모 교수는 교수와 교직원 2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식의 총장직선제를 했다가는 학교가 망한다. 다음 선거 때는 총장선거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출하든지 외부에서 영입하든지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직선제 재고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대구대 이모 교수는 "총장 직선제로 재단의 이해관계에서 탈피하기는 했지만 교수들 간 이해관계의 대립이 생기고 정치적 선거로 변질하고 있다"며 "직선제 재고는 물론 새로운 선출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문과대 한 교수는 "총장 직선제가 구성원들의 민주대표성에는 적합하지만 학교 전체보다는 특정 단대의 이익이나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고 대학 생존경쟁 시대에 부적합한 면이 있다"며 제도 개선에 동조했다.

특히 총장직선제의 폐해에다 2000년부터 총장선출권 참여범위 확대바람이 불면서 직원, 학생,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까지 선출권을 요구하면서 구성원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는 충남대, 영남대 등 전국 10여 개 대학에서 교직원 및 학생들의 총장선거 참여요구로 홍역을 치렀고 영남대의 경우 총장선거 때문에 지난 3개월여간 교직원 노조파업에다 두 차례의 선거연기, 총학생회와 비정규직 교수노조 등의 별도 총장 선출로 몸살을 앓았다.

또 총장선거 과정에서 구성원 간 분열과 파벌 조성에 따른 여파로 논공행상 위주의 보직인사가 성행하고 선거 때는 인기·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권 모 대학의 경우 전·현 총장 지지파로 나뉘어 견제와 발목잡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학내의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따라 영남대 교수회와 교직원노동조합은 이달 초 총장선거제도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간선제와 총장추천위원회구성을 통한 선출을 포함, 선거제도 변경을 본격 논의하기로 하는 등 상당수가 직선제 재고 움직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대학에서 이사회가 학내외를 불문하고 능력있는 총장을 선임하거나 초빙하고 있다.박용진 계명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단과대학 학장까지도 이사회가 프로젝트를 많이 수주하거나 연구역량이 뛰어난 교수를 다른 대학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총장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사립대를 포함 50개 대학이지만 직선제의 폐해에 따라 연세대, 국민대 등 10여 개 사립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거쳐 재단이사회가 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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