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을 둘로 쪼갠 기이한 法院 판결

재소자로부터 1천500만원을 받고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전 서울대교수(서울대 병원 의사 겸직)에게 1심은 뇌물죄를 인정, 유죄를 선고 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무죄를 선고해 '법의 고무줄 잣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을 야기한 핵심은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피고인의 신분을 공무원인 서울대 교수로 볼 것이냐 단순한 의사자격이냐에 있다.

1심은 비록 의사자격으로 허위진단서를 작성 해줬지만 그 행위자체가 공무원 신분인 서울대 교수직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행위는 의사의 사적(私的)인 경제활동으로 판단, 뇌물죄 성립을 배척했다. 크게 봐서 항소심 법원은 지나치게 법리적인 해석에 치우쳐 '죄의 본질'을 흐리게 한게 아닌가 하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물론 이 쟁점는 결국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겠지만 죄질이 극히 나쁜 국립대 교수에게 '무죄 잣대'를 갖다댄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우선 국민의 법감정에 크게 배치된다. 항소심도 이런 비난을 우려, '뇌물죄'가 아닌 '배임 수재죄'로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아 검찰의 법적용 잘못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문제는 교수와 의사를 겸직하고 있는게 국립 의대의 현실인 점을 감안 할때 항소심의 판단대로라면 국립의대 의사에겐 아무리 나쁜죄를 저질러도 형량이 높고 가중처벌되는 '뇌물죄'로선 처벌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또 국립의대 교수의 봉급은 교수직으로 책정돼있고 의사로서는 수당만 받는데다 각종 공무원 수혜를 누리고 있다면 그 신분은 당연히 공무원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게다가 법(法)은 사회현실의 관행이 그 모체인 점을 감안할때 항소심의 판결은 큰틀의 현실을 도외시한 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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