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학부모들은 여러 가지 걱정이 생긴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처음 시작되는 학교 영어 교육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가 염려스럽다. 3학년 이상의 학부모들은 학교 영어 교육의 수준이 우려했던 것보다 낮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조금씩 나가는 진도 때문에 관심을 놓기가 힘들다.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영어 학원에 보내 영어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자녀라고 해도 학교의 수업과 평가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기초 지식 정도는 살펴두는 게 좋다.
◇어떻게 배우나
초등학교 3~4학년은 일주일에 1시간, 5~6학년은 2시간씩 수업을 한다. 담임 교사가 가르치는 학교도 있지만 영어 수업만 전담하는 교사가 가르치는 학교도 많다. 교재는 영어 교과서와 CD롬, 오디오 테이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4년 동안 배우는 단어는 450개 안팎으로 그리 많지 않으며, 문장도 7~9개 정도의 단어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간결하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목표는 영어에 대한 흥미를 주고, 기초적인 의사소통과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맞춰져 있다. 또 외국에 대한 정보,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을 넓히는 데도 초점이 맞춰진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초등 영어교육의 목표가 아무리 기초적인 수준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상당한 강박 관념에 빠져 있는 게 대부분이다. 3학년 때부터 영어 수업이 시작되는데다, 주위를 살펴보면 벌써 영어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있는 또래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부터 영어를 시작해 꼬부라진 발음을 척척 해내는 아이들을 보면 기가 죽어 자녀의 공부를 채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유아기나 초등 저학년 때의 영어 공부는 '학습'이라는 측면보다 노출과 경험에 의한 자연스러운 '습득'이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시작이 늦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출발 단계에서의 수준은 낮을 수 있지만 동기 부여를 통한 의식적인 학습이 가능하므로 빠른 속도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아기의 영어 공부에서도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초등 단계에서는 부모 역할의 비중이 더 커진다. 이는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고 함께 하는 역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녀의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맞는 책이나 기자재를 주고 평가'감독하는 역할을 말한다. 학원이나 학습지를 선택할 때도 역시 자녀의 수준과 특성, 흥미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부모가 가장 큰 도우미가 돼야 한다. 학원 담당자나 학습지 교사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녀의 발달 정도를 체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 역시 부모가 결정할 몫이다.
◇분야별 기본 원칙
학년별로 나눠 보면 학교 영어 수업은 3학년 때 듣기와 말하기로 시작해 4학년에서 읽기, 5학년에서 쓰기가 더해진다. 전반적으로 읽기와 쓰기보다는 듣기와 말하기에 중심이 놓여 있다.
▲듣기=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는 결코 나쁜 교재가 아니다. 제공되는 CD롬이나 오디오 테이프의 품질 역시 괜찮다. 유명 교재나 코스북 등에 매달려 힘을 빼기보다는 교과서 듣기를 충분히 함으로써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듀넷 등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면 듣기에 대한 흥미를 더 높이고 자발성도 길러줄 수 있다.
듣기는 자연스러운 노출에서 시작하지만 집중해서 듣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 포함되지 않으면 성취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등을 보여줄 때도 듣기를 병행하며 단어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hearing이 아니라 listening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말하기=듣기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말하기 능력도 빠르게 향상된다. 초등학생 단계에서 말하기의 목표를 일상회화에서부터 토론에 이르기까지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수준에 맞춰 점차 목표를 향상시키면 되므로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단 말하기의 단계별 수준과 특성, 훈련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정보를 쌓아두는 게 좋다.
흔히 초등학생 때는 말하기에서 정확성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맞는 얘기지만 틀린 문법을 방치한 채 유창성에만 집착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를 가장 잘 병행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학부모다. 학교나 학원에서보다 더 많은 말하기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대화하면서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
▲읽기와 쓰기=읽기와 쓰기는 기능 측면에서 접근하면 영어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쉽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 정도 학년이면 이 정도는 읽고 써야 하지 않느냐, 듣고 말하는 건 하면서 읽고 쓰는 건 왜 안 되느냐고 부모가 조바심을 내면 자녀는 더 외면할 수 있다. 읽기와 쓰기 역시 듣기와 말하기를 병행하면서 재미를 놓치지 않는 가운데 진행해야 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나 지식의 흥미로움을 맛보게 하는 것도 읽기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쓰기의 경우 알파벳이나 스펠링이 다소 틀리더라도 게임이나 활동 등으로 시작해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뒤 일기나 편지 쓰기 같은 데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면 좋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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