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법전 국내판매 의미와 배경>

북한이 형법과 상속법 등 112개 법령을 수록한 대중용 법전을 남한에서 판매해 눈길을 끈다

북한은 작년 8월 첫 출간한 총 1천100쪽짜리 신법전 2천 부를 출판해 남한의 북한서적 전문 출판사인 대훈서적을 통해 31일부터 판매한다.

북한은 그동안 대외경제 관련 일부 법령을 제외하고는 형법 등 대부분 법령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특히 각종 법령을 수록한 법전을 남한 등 대외에 공개하거나 판매한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법전 판매를 통해 우선 북한의 변화상을 외부에 알리고 북한이 법치국가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즉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와 노동당 정책 중심이었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통치방식이 법제를 바탕으로 시스템화되고 있음을 대외에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한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북한 투자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전에는 외국인투자법 등 외부 투자 유치 관련법을 포함, 경제 법령이 절반 가까이 수록돼 있으며 이들 법은 1999년 전후로 제정 또는 대폭 수정됐고 특히 경제개혁이 가시화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에 맞게 개정됐다.

법전 판매를 통해 남한 등 외국기업이 과학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음을 알리고 대내외에 변화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인권문제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은 불량국가라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형법 등을 담은 법전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법전 판매가 외화벌이와도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7·1조치에 따라 기관·기업소의 독립채산제가 강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더욱이 북한 경제개혁의 변화에 남한 등 외부에서 촉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북한의 경제 및 주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법전은 돈벌이 대상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전 가격 18만 원이 너무 비싸다며 아직도 판매전략 등 북한의 자본주의 경제 마인드가 경직돼 있음을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법전 정도의 국내 여타의 책은 8만∼10만 원인데 너무 비싸다"며 "그 가격의 법전을 살 수 있는 대상은 회사나 학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북한은 과거에도 남한에서 북한 책이라면 저마다 사갈 것으로 착각하면서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며 "북한은 저가로 많이 파는 것이 고가로 소량 판매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무조건 고가 전략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