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 막내 단원이 71세 라구요?"

97년 창단 대구 다솜예술단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답니다."

지난 28일 오전 작곡가이자 다솜예술단 단장인 이원녕(59)씨의 남구 봉덕동 사무실. 이씨의 지도 아래 70대 할머니 18명이 가요·민요 등 노래 연습에 한창이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마냥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지난 97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이 예술단은 가장 나이가 어린 단원이 71세이고 최고령은 78세이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매주 2차례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2시간씩, 새로 배운 노래 4곡을 외워 불러야 하는 노래 연습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원 참석이다.

예술단의 창단 멤버인 김문갑(76·수성구 범어동) 할머니는 "연습 날 외에도 수시로 노래 연습을 해야 하지만 여가선용도 되고 봉사활동의 기회도 된다"며 "고아원·양로원 등도 방문공연을 다니지만 다들 힘든 줄 모르고 재미있게 해왔다"고 함빡 웃음을 지었다.

예술단의 막내로 잔심부름을 자주 한다는 김순학(71·수성구 매호동) 할머니는 "현철의 '보고 싶은 여인'이 가장 자신있는 노래이고 꼭두각시 춤을 추면 관중의 박수소리가 더 커진다"며 "손자, 며느리, 딸 등이 지난번 공연을 구경오는 등 가족들이 든든한 후원자"라고 했다.

이 단장이 운영하는 가요교실에 다니면서 만나게 된 이들은 다솜합창단으로 TV 전파를 탄 뒤 주변의 호응이 뜨거워지면서 다솜예술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경남 고령에서 열린 사할린 교포 위문공연, 전남 광주의 동서화합 한마당 등 크고 작은 음악회에 출연했고, 또 지난해 4월 대백예술극장에서 '어르신음악회(실버 콘서트)'도 열었다.

노래가 좋아 모인 이들은 오랫동안 만나다 보니 서로 '형님', '아우'라 부르며 한 가족같이 지낸다. 이 단장은 "가장 나중에 들어온 분들이 4년 정도 됐으니 눈빛만 봐도 서로 호흡이 척척 맞는다"며 "나도 이분들을 어머니라 부르니 어머니 18분을 모시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60세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솜예술단은 가요·민요 등 기성곡 위주로 창작곡을 섞어 부르고 '꼭두각시'와 같은 무용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단장은 "노인들이 스스로를 폄하하고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무시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며 "어머니들의 건강만 허락한다면 해외 위문공연도 가고 싶다"고 했다. 문의:053)473-8005.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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