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우리는 무슨 敵이든 敵을 갖고 있다

敵에는 가벼운 敵도 무거운 敵도 없다

지금의 敵이 제일 무거운 것 같고 무서울 것 같지만

이 敵이 없으면 또 다른 敵 - 내일

내일의 敵은 오늘의 敵보다 약할지 몰라도

오늘의 敵도 내일의 敵처럼 생각하면 되고

오늘의 敵도 내일의 敵처럼 생각하면 되고

오늘의 敵으로 내일의 敵을 쫓으면 되고

내일의 敵으로 오늘의 敵을 쫓을 수도 있다

이래서 우리들은 태평으로 지낸다

- 김수영 '敵'

내일의 적으로 오늘의 적을 쫓을 수도 있다지만 그 말이 아닌 것 같다.

적이 너무 많다.

너무나 당당하게 한자로 앉은 '敵'자가 너무 많아 무섭다.

이 시는 적을 쫓아 우리를 태평하게 하는 시가 아니라 적을 조목조목 상기하게 하는 시다.

현실의 적을 아프게 일깨우는 시다.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적은 무엇인가? 안일과 나태와 비겁함과 무력감과 이기심인 내 내부의 적으로부터 군림과 강요와 간섭과 부정부패 등등의 힘센 외부의 적으로 차근차근 적어나가 보자. 적을 알아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자유를 위해서는 피를 흘려 싸워야 한다지만, 아, 적이 있어 살맛이 나는 하루. 비로소 가치가 주어지는 생. 박정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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