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구점장을 맡기 전만 해도 도성환 삼성테스코(홈플러스) 전무는 유통전문가가 아니었다. 경리 등 경영관리부문에서만 일을 하던 그에게 삼성물산이 유통을 신사업으로 선택한 뒤 맡긴 첫 임무는 인사팀장이었다. 유통은 문외한인데다 인사도 처음 일인 그가 새로운 직원을 뽑아 가르친 내용은 "장사를 잘하라" 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라"는 주문이었다.
서비스의 질을 높여 삼성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는다는 주문에 가장 적격자라고 판단한 회사가 맡긴 다음 일이 대구점장이었다. 생소한 유통업에 뛰어든 그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파는 일을 모두 고객의 입장에서 하자는 생각을 했다. 점장이 아니라 고객으로서 까다로운 숙제를 많이 냈다.
초고속 승진을 할 만큼 유통전문가가 된 지금, 그는 미친듯이 일한 당시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긴다. "돌이켜보면 고객의 입장에서 접근하자는 판단이 비록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옳았다고 봅니다. 고객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모르고 고객을 사로 잡을 수 있습니까?"
할인점의 경쟁력을 그는 물류비용을 아껴서 싸게 파는 것이라고 한다. 홈플러스가 목천에 아시아에서 제일 큰 물류센터를 세워 물류비용을 줄인게 97년 1호점을 시작으로 올초 남대구점까지 32개 점포를 연 비결이라고 본다.
대형 할인점의 발전이 곧 영세 상인들의 몰락을 가져오는 현상은 어떻게 볼까. "사회 전체의 생활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이 대형화, 기업화 되면서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도태되는 부분에는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홈플러스 직원중에는 그의 문학적인 소양을 높이 평가하는 이가 적잖다. 이런 평가에 대해 그는 "대화를 제대로 하려고 노력한 덕택"이라고 한다. "마케팅을 하면서 배운게 균형입니다. 나를 알리는 일에도 균형이 중요합니다. 거짓말을 해도 안되지만 너무 겸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확, 진실해야 합니다"
대구점장시절 홈플러스를 지적하는 이런저런 기사로 혼쭐이 나기도 했지만 그는 그런 지적이 홈플러스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여긴다. "우리가 모른 채 넘어간 일을 지적해 줄 때마다 직접 확인하고 고쳐 나갔습니다. 그런 지적을 고맙게 받아들이니 지적해 준 분들과도 인간적인 유대가 생겼습니다"
고객과의 대화도 진실이 중요하다고 한다. "가격을 내렸다고 하면 어디에 따로 붙이겠지 의심하는 분도 있고 무슨 꿍꿍이가 있겠지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실하게 대화하면 그런 루머가 사라집니다"
포항출신으로 대구에서 고교와 군대생활을 한데다 대구점장을 한 그는 대구와 경북의 요즘 경제상황을 안타까워 한다. "첨단 산업도시 구미와 세계적 철강도시 포항이 인접한 대구는 서비스 인프라의 강점이 높습니다. 교육이나 서비스 부문에서는 어느도시보다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미네소타는 세계적 쇼핑몰 때문에 온세계 관광객이 몰려 옵니다. 10년, 30년을 바라보고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려볼만 합니다"
새벽 5시전에 일어나 출근하면 퇴근때까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탓에 고향 나들이도 쉽지않다. "부모님 계시는 포항 못잖게 대구는 정말 고마운 곳입니다. 대구점장 시절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구서 잘했다고 임원으로 승진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퇴임해서도 어떻게 하면 고향에 기여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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