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장의 발전과 상인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23일 오후 4시 서남시장(달서구 감삼동) 입구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시장의 번영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유세차(維歲次)∼"로 시작되는 축문을 읽고 상인연합회 회장과 임원진, 상인들이 고사상에 절을 올린 뒤 상 위에서 소박하게 웃고 있는 돼지머리의 입, 귀, 코에 돈이 가득 꽂혔다.
상인들이 너도나도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둔 지폐를 꽂으며 복을 기원했기 때문.
이에 앞서 꽹과리와 '농자천하지대본', '서남시장 상인연합회' 등의 깃발을 앞세운 풍물단의 지신 밟기 행사가 있었다.
20여 명의 풍물단은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흥을 돋웠고 연합회 임원들이 복조리를 나눠주면서 성의껏 내는 돈을 모금함에 담았다.
저녁장을 보러나온 이애란(46·주부·달서구 감삼동)씨는 "풍물소리에 귀가 멍하고 길을 지나기도 불편했지만 어릴 때 고향에서 대보름을 즐기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15년째 김밥집을 하고 있는 김병양(49·여)씨는 "불경기와 함께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어 한창 때에 비해 장사가 말이 아니지만 이 행사를 계기로 시장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면서 "학생들이나 작업복을 입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서비스가 더 후하다"며 웃었다.
고사를 지낸 뒤에는 막걸리 한 사발에 흥이 오른 상인들이 시장 바닥에 분필로 말판을 그려놓고 자리를 깐 뒤 한바탕 윷놀이도 즐겼다.
서남시장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20년이 넘게 영업을 해온 이곳은 150여개 점포를 가진 대구에서 제일 큰 소매시장. 허동구(45) 상인연합회 회장은 "모두 어려운 때 대보름을 맞아 상인들의 기를 살려주고 웃으며 장사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이 행사를 열었다"면서 "시장 전체를 아울러 한 목소리를 내고 이 행사를 계기로 신명나게 장사한다면 대형 할인매장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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