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로 시작되는 '바다와 나비' 등으로 잘 알려진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金起林·1908~?)이 해방공간에 발표한 시가 발견됐다.
서울대 국문학과 방민호 교수는 계간 '서정시학' 봄호를 통해 1949년 1월 10일자 '주간서울' 제88호에 실린 김기림의 시 '새해 앞에 잔을 들고'를 공개했다.
이 시는 그동안 학계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첫 잔은/금이 간/자꾸만 금이 가려는 민족을 위하여 들자"로 시작되는 이 시는"피는 과연 물보다 진한 것인가/아! 그러나 '도그마'는 피보다 진하였다"로 이어지다가 "철 철 철/넘치는 잔은/다시 아믈 민족의 이름으로 들자//또 한 잔은/지혜롭고 싱싱할 내일과 또 인류에게-//마지막 잔은-/그렇다/우리 모두의 한결같은 옛 꿈의 소생을 위하여 들자"로 끝난다.
방 교수는 "해방 후 서울에서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한 김기림은 함께 활동했던 임화와 김남천이 1947년 월북한데 반해 고향의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오는 등 상반된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김기림은 이후 6·25때 '월남한 지주'라는 이유로 정치보위부에 연행돼 서대문구치소에 감금됐다가 납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새해앞에 잔을 들고'는 분단으로 이어진 숨가쁜 1948년이 저문 자리에서 새해를 바라보는 시인의 감회와 희망을 노래한 것"이라며 "김기림은 해방공간에서 민족이라는 문제를 중심에 두면서 계급과 인류의 문제를 아우러려 했다"고 시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방 교수는 "이번에 찾아낸 시는 해방공간에 처한 시인들의 이상과 좌절을 드러낸다"면서 "김기림이 1948년 1월 4일 '자유신문'에 발표한 시 '새해의 노래'와 1950년 1월 '이북통신'에 발표한 서간 '평론가 이원조군 민족과 자유와 인류의 편에 서라'로 이어지는 결절점을 이루는 시편"이라고 평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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