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입생 교복착용시기 어떻게...

중·고교 교복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은 3월 입학부터가 아니라 5, 6월 하복부터 교복을 입도록 하자고 요구한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라 3월에 구입한 교복을 그 해 10월에 다시 입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아예 3월 교복 착용을 예외로 해 달라는 것. 더구나 신입생 학부모들의 경우 하복부터 입게 되면 학부모회를 만들어 공동구매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사복 착용으로 인한 학생 간 위화감 등을 이유로 3월 교복 착용을 고집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쑥쑥 크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정란(41'여)씨는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교복을 두 벌이나 샀다. 몇 달 사이에 아이의 키가 부쩍 커 3월에 산 옷을 10월에 입힐 수가 없었던 것. 한 벌에 20만 원대이다 보니 가뜩이나 빡빡한 살림에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었다. 김씨는 "치마와 소매 단을 끝까지 늘려봤지만 아이의 체구에 맞출 수가 없었다"며 "교복을 물려받아 입히려고 수소문도 해 봤지만 아이가 싫다고 해 결국 새 교복을 사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 교복 한 벌로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학교 1, 2학년 시기에는 키와 덩치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비싸게 장만한 교복을 몇 달도 입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이를 감안해 몇 년 전부터 대구의 일부 중학교는 하복부터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으며, 대구 교육청도 이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가 입학과 동시에 교복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당연히 학부모들은 불만이 많다. 두 달 남짓한 기간을 입으려고 10만~20만 원의 교복을 산다는 것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공동구매를 할 여유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가격의 대형 업체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구나 올해는 모 교복업체에서 연예인을 동원한 대형콘서트를 기획, 학생들의 불필요한 구매를 부추기기도 해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문혜선 참교육 학부모회 대구지부장은 "교육청의 권고가 있는데도 왜 굳이 상당수의 학교가 3월 교복 착용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합리적 소비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불합리한 소비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두 달만 미루면 공동구매를 통해 싼값에 질 좋은 제품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학교가 다소 어렵더라도 배려해줘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3월 교복 착용의 장'단점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 지도가 편리하다는 것이다. 또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중학교 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하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높일 수 있다는 것. 김영숙 동도중 교장은 "지난해 말 학교운영위원회와 교무회의를 통해 의논한 결과 입학과 동시에 교복을 착용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며 "사복을 착용해도 어차피 옷은 새로 사야 하기 때문에 교복 착용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인기 지산중 교장은 "학생 관리에 어려움이 많거나 학생들 간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것은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라며 "몇 년째 입학생에게 하복부터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을 '자율 복장의 날'로 정해 전교생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도록 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호 대구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교복 착용 여부의 결정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으로 교육청이 강제할 수 없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는 사항이므로 학부모들의 보다 적극적인 건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새 학기 신입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등교하는 중학생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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