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뒤 각 지자체들이 방폐장 유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주어지는 당근과 '+알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다.
◇활발한 전북
강현욱 전북지사는 지난 1월1일 도민들에게 새해 편지를 보냈다. "격렬한 갈등을 보였던 방폐장 유치 문제에 대해 차분히 머리를 맞대고 되새겨 볼 때다. 나는 무엇보다 중요한 (방폐장의) 안전문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유치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요지다.
부안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던 전북의 도백으로 굳은 의지를 밝혔다.이형규 행정부지사는 강 지사를 대신해 전북에 방폐장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군산이 자율신청하면 주민투표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민 수용성에서 경북 울진에 밀릴 것에 대비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정부 여론조사 결과 울진이 61.7%로 1위, 군산이 61.5%로 근소하게 2위를 차지했다. 군산시도 원전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6급 이하 직원 1천260명 전원을 영광 원전,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지를 현장 시찰하게 했다. 시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도 한마음이 돼야 한다는 뜻에서다. 고창 원전센터유치추진본부도 고창 주민들에게 주민투표의 기회는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센터 유치의 선택은 국민의 권리라는 논리다.
◇경북도 있다
울진 경우 시민단체인 울진발전포럼이 1년2개월째 방폐장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존 6기의 원전에 이어 7, 8, 9, 10호기 건설이 확정된 울진은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곳.
울진발전포럼은 지난해 2월 발족 이후 "지리적으로 원전에 가까운 울진에 방폐장을 유치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타 지자체들과 차별화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럼은 2004년 5월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방폐장 유치 청원서를 산업자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11일 대책회의를 연 포럼은 정부 공고 및 부지선정 일정에 맞춰 유치 활동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울진 전체 주민 7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방폐장 유치와 관련한 찬반투표부터 군의회에 청원할 계획. 주민 여론에 따라 유치 운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방폐장 후보지였던 남정면 등 영덕 일부 주민들은 지난 2일 영덕군 방폐장 유치 준비위와 남정면 유치 준비위원회를 잇따라 결성한 뒤 현재 남정면 주민 2천834명을 대상으로 주민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덕군 유치 준비위 이선우 위원장은 "남정면 주민 3분의 1이상이 찬성하면 군의회에 주민투표를 묻는 청원을 할 수 있다"며 "영덕은 주민투표를 통해 방폐장 유치 찬반을 조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치위는 현재 남정면 주민 1천300여 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추가 서명을 받은 뒤 이달 말까지 군의회에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남정면 유치위 최규한 위원장은 "피폐한 영덕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방폐장 유치를 바라는 주민들의 의사가 대세를 이룰 경우 곧 바로 정부에 유치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경북에서 가장 먼저 방폐장 유치 의사를 밝힌 포항시는 시장이 조만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방폐장 유치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또 시는 16일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포항공대 원자력 관련 교수를 초청해 방폐장 안전성에 대한 특강을 할 예정이다.시 해당 부서에서는 방폐장 안전 홍보 및 지역 경제 파급 효과 정책을 마련 중이며 해당 공무원을 지난 주 부안에 보내 방폐장 유치 과정 및 문제점을 사전 파악하기도 했다.
원전 4기를 갖고 있는 경주 경우 중·저준위보다 훨씬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전국의 51.6%)을 안고 사는데도 정부의 지원책은 쥐꼬리라며 이달 중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방폐장 유치를 통해 기존 원전 지원책 등 알파를 노리자는 여론이 일부 시민들 사이에 조심스레 일고 있다.방폐장보다 훨씬 위험한 원전, 그것도 경수로가 아닌 중수로를 안고 있는 마당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방폐장 유치를 마냥 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자신감을 가진 정부=군산에 이어 포항 등 타 지자체까지 방폐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자 정부에 아연 활기가 돌고 있다. 7월까지 부지 선정을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법 통과 이후 17명을 위원으로 한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도 최근 발족시켰다.
정부는 자율유치 신청 접수→사전 여론조사→주민투표 실시→선정위 최종 낙점 순으로 부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유치 신청이 없으면 원전 소재지와 지난해 주민청원이 있었던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 분위기로는 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이에 따라 정부 한 관계자는 "자율 유치 신청 여부와 지자체장의 의지가 유치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폐장 유치 경쟁, 그 이유는?
너도나도 지역 경제 활성화의 호기라고 여기고 있어서다.방폐장 특별법은 우선 유치 지자체에 3천억 원의 특별 지원금을 주고, 폐기물 반입수수료(연간 50억~100억 원)를 징수할 수 있게 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으로선 적잖은 돈이다. 전력을 생산해 한국전력에 파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본사 이전도 법안에 명문화했다.
한수원은 직원 7천300여 명, 연간 수익 5조 원, 당기순이익 5천억 원의 알짜 공기업. 한수원 본사가 이전할 경우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각 지자체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최근 정부는 여기다 양성자가속기를 방폐장과 연계하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성자가속기의 세계시장은 300억 달러 규모로 우리나라도 매년 이를 사용하는데 10억 달러가량 외화를 쓰고 있어 대체효과도 크다. 또 양성자가속기는 방사성융합기술산업(RFT)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파'는 더 있을 수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고구마 캐기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다 캤다고 생각했는데 또 고구마가 묻혀 있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포항 경우 당장 영일만 신항의 규모를 키우고 조기에 건설해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당당히 할 수 있다. 방폐장 전용부두가 필요해져 16선석으로 추진되는 신항을 24선석으로 키워달라는 요구가 지나치지 않아서다. 포항공대의 기존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의 시너지효과도 노릴 수 있다.
원전특구로 지정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경우 원자력공학과를 중심으로 한 대학 육성도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
방폐장 유치 이후 지역 발전을 위해 정부에 '+알파'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는 한마디로 해당 지자체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정부도 지자체의 추가 요구를 박정하게 거절할 것 같지 않다. 19년간 표류해 온 방폐장을 해결한 정부로서 방폐장을 유치한 '고마운' 지역을 특별 지원한다고 해도 특혜 시비를 걸 사람은 없어 보인다.
특별취재팀=정치 2부 최재왕기자 기획탐사팀 이종규 ·이상준 기자, 포항 임성남 영덕 최윤채 울진 황이주기자
사진:방폐장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원전이 가장 많은 경북도 최근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국내에서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울진 원전 전경.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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