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꽃무늬 바지 이야기

백화점 매장은 바깥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화사한 색상과 꽃무늬로 가득한 매장은 어느새 봄을 성큼 앞당긴 느낌이다.

마치 지난 겨울의 그림자를 흔적 없이 걷어내고 저마다의 화려한 빛깔로 뽐내면서 어려운 경제 사정마저 벗어던지게 만드는 느낌이다.

따스한 봄날의 피크닉처럼, 잔디 빛깔의 연두와 참꽃 색상의 핑크는 마음까지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색은 따뜻한 마음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색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여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을 보고 초조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봄 기운과 함께 시퐁과 실크가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시퐁과 실크의 하늘거리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잔잔한 꽃무늬 패턴은 봄을 한층 더 유혹하고 있다.

최근 매장을 걷다가 문득 눈을 끄는 꽃 무늬를 보고 몇 해 전의 일이 생각났다.

백화점 오픈 작업을 맡아 일하던 때의 일이다.

외국인들과 함께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일을 하면서 어떻게 저런 비싼 옷을 입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본 문제의 옷은 바로 환경미화원의 바지였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겐조' 브랜드의 유명한 꽃무늬 프린트와 같은 모양이었다.

지금도 세계적인 트렌드의 영향으로 꽃 프린트가 유행이지만 그 당시도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가 유행이었던 것 같다.

유행 때문에 브랜드마다 거의 동일한 디자인과 패턴을 사용하기에 그런 웃지못할 착각(?)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패션디자이너가 색이나 유행을 만든다고 생각해 대충 남들이 좋아하는 색을 따라하고 자기만의 색깔이나 스타일을 갖는 일에 관심이 없는 요즘이다.

마치 유행에 동조하고 있는 듯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그 중 색은 그 사람의 감정 표현과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유행에 따라가 오히려 묻혀 버리기보다는 한번쯤 자기만의 색을 생각하며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롯데백화점 대구점 코디네이터 송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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