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사과나무 콘서트 기획 유성동씨

"사과처럼 맛있는 콘서트 통했어요"

"가장 정적(靜的)인 시를 가장 동적(動的)인 무대에 올렸습니다.

"

'사콘' 즉 '사과나무 콘서트'로 대구의 시(詩)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자부하는 유성동(42) 한솔문화기획 본부장.

요즘 들어 식사 중에도 콘서트 참가 문의전화 받기에 바쁜 그는 "대구에서도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주위 평가에 가슴 뿌듯하다.

시민들에게 시의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줬다는 시인들의 격려에 봄 뜰처럼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지난달 12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선보인 사과나무 콘서트에 참석한 박해수 대구문인협회 회장은 "시노래를 가지고 이렇게 멋있는 콘서트를 만들 수 있다니…"라며 찬사를 보냈다.

'사콘'은 지역문화의 독창성을 높이기 위해 대구를 상징하는 사과 모양의 풍선을 나눠주면서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김춘수 시인의 시 '꽃' 낭송과 노래로 막을 올린 이 무대는 프랜즈의 '서시'에 이어 시노래 모임 등대지기의 노래, '홀로서기'의 서정윤 시인과의 대화, 록밴드 '아프리카'의 공연 등으로 다채롭게 꾸몄다.

객석과 함께한 '열려라 애송시' 코너에서는 관객이 무대로 올라와 평소 즐겨 읊던 시를 낭송하고, 사과 바구니를 선물로 받으며 객석의 큰 호응을 불러모았다.

이미 '사콘'의 열성 팬이 생겼다는 유 본부장은 서울과 부산·울산·마산에서도 전화가 걸려온다며 상기된 표정이다.

그래서 20일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열리는 시낭송 대회와 25일 달서구 용산동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중학 2학년생 대상 맞춤식 '사콘'을 주목해달라고 한다.

계명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학사장교로 제대한 유 본부장이 대구에서 이 같은 콘서트를 시도한 것은 4년 전. 서울에서 10여년 간 공연기획 등 문화이벤트에 관여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오면서다.

"대구문화는 소비 위주였지 생산이 부족한 게 안타까웠어요. 더 좋고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 그가 '사과나무 콘서트'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창안해 낸 것은 뜻밖에도 인상주의 화가 세잔의 전기를 읽고서라고 한다.

"사과 하나로 파리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했던 당시 세잔의 생각에서 과거 대구의 상징이었던 사과(능금)나무 콘서트를 착안했다는 것이다.

대구라는 사과나무에 좋은 시 열매를 맺도록 하자는 시도였지만, 초심을 잃어버린 주변 관계자들의 이탈로 실의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대덕문화전당에서 첫선을 보인 '사콘'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한마디로 '잘 익은 사과처럼 맛있는 콘서트'로 만들어 가겠다며 문화를 사랑하는 대구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는 '2005 사과나무 콘서트'를 시노래와 시 낭송을 콘텐츠로 한 콘서트, 아름다운 창작 시노래와 관객의 애송시가 함께하는 무대로 새로운 컨셉과 포맷의 콘서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구 시(詩)축제 '시집 떠난 시와의 즐거운 만남'을 총괄기획하고 연출까지 맡았던 그는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한 제2회 시잔치 한마당을 공동기획하기도 했다.

"분기마다 정기공연을 열고 매년 창작 시노래 앨범도 제작해 발매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

그는 올 가을 '대구 국제 시축제'와 '전국 청소년 창작 시노래 경연대회'는 꼭 열 것이라며, 여력이 있으면 당초 계획이었던 '대구發 서울着' 현대시 100편 전국릴레이 암송대회, 전국 청소년 창작 시노래 경연대회, 전국 시낭송대회, 어린이 시캠프, '1인 1시 암송운동' 연중 캠페인 등도 펼쳐보고 싶다.

문화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기획자를 꿈꾸는 유씨는 긍정적인 사고가 열정을 만든다고 믿는다.

문화산업 발전도 기획자가 주도하는 것인 만큼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시노래의 저변확대와 상품력 있는 공연 콘텐츠 보급에 늘 앞장서며, 대구의 시민문화예술시대 개막에 일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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