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행복지수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눈치나 적응력이 빠른 사람도 드문 것 같다.

학군이 좋거나 살기 좋은 곳은 세계 어디서나 한국인이 모인다.

과외열풍이 불고 집세가 오른다.

자신의 성공을 남과 비교 평가하며, 자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 그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한다.

우리네 아이들은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나이 때부터 일류 대학을 향한 전쟁에 돌입한다.

휴일은 물론 방학 때도 무슨 특수훈련을 받는지 더욱 바빠진다.

중학생이 되면 도시락을 싸들고 밖에서 살다시피 하며, 고등학생이 되면 오로지 좋은 대학에 들어갈 목적 하나만으로 온 가족이 지옥훈련장으로 들어간다.

대학에 합격하는 순간부터 행복할 수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입학의 기쁨도 잠시, 이내 좋은 직장과 진급을 위해 또다시 달려가야 한다.

부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참 아빠가 필요할 나이의 아이들은 아빠 곁을 맴돌며 관심을 받고 싶어하지만, 비싼 학원비와 가족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아빠는 한가하게 놀아줄 여유가 없다.

혹시 애들이 기대에 못 미치면 "내가 돈을 안 주더냐, 밥을 굶기더냐. 널 위해 이렇게 희생하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그러냐"며 허탈해 한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모두 참아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대궐 같은 집 사고 즐기려하나 그땐 이미 몸은 갖가지 병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태껏 번 돈을 고스란히 병원에 갖다바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은 "우리는 성공을 수고와 인간관계의 질이 아니라 월급 명세서 혹은 자동차의 크기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질적인 잣대로 성공을 규정짓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돈, 아무리 많은 것을 손에 넣어도 늘 부족할 뿐이다.

지휘자 노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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