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와 관세법 위반으로 각각 수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두 남자가 벌금을 내지 않으려고 "벌금형보다 무거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싶다"며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회사원 조모씨는 작년 3월 음주운전하다 차량 2대를 잇따라 들이받아 상대방에게 부상을 입히고 도주한 혐의로 입건돼 벌금 1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조씨는 피해자와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8천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팔고 월세방으로 옮기는 등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형편이 돼 벌금 1천만 원을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급기야 조씨는 집유 기간에 '몸조심'만 하면 벌금 1천만 원은 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집유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도 조씨의 범행과 조씨가 처한 상황 등을 비춰 볼 때 벌금 1천만 원은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했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의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 때문에 조씨에게 벌금형 외에 다른 형을 선고할 방도가 없었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형소법의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작년 9월 직권으로 형사소송법 제457조 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석재를 수입하면서 거래대금을 적게 신고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으로 입건돼 벌금 4천만 원을 고지받았다.
이씨도 부산지법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 도중 재판부에 위헌제청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1일 헌재는 이에 대해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설사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집유 기간에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언제든지 자유형의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집유형이 벌금형에 비해 반드시 가벼운 처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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