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에 과반(過半)이 아니었다 셈 치라 했거늘 열린우리당은 마이동풍,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과반을 먹겠다는 심산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선거판에서 맞붙을 상대방 선수를 빼내오며, 출전 명단까지 발표한 자기네 선수를 바꿔칠 수 있는가. 다소 성급했던 '개혁 정권' 과반의 교훈이 뭔가? 2년 간의 상쟁(相爭)이다.
여당은 충남 공주'연기 지역 재보선 장수(將帥)로 찍었던 박수현 후보의 공천을 엊그제 취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선관위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와 상대방 정진석 전 의원(무소속)보다 약해 보여서라는 이유도 있는 모양이다. 전자(前者)의 이유라면, 향응 제공으로 금배지가 날아간 오시덕 전 의원에 이은 '불법 불감증'의 재탕이란 점에서 여당은 크게 부끄러워해야 하고, 후자의 사유라면 "무슨 욕을 먹더라도"식의 '당선 만능주의'란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앞서 중부권 신당의 깃발을 올리려는 심대평 충남지사 쪽 사람,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를 김혁규 경남지사 빼오듯 빼내왔다. 이명수씨가 누군가? 바로 지난 총선 때 여당이 보수 꼴통이라 퍼부었던 자민련 후보로 여당 후보와 한판 붙었던 인물이다. 정치의 비정함, 3김 시대의 필름을 다시 트는 느낌이다. 이쯤 되면 철학도, 정체성도, 개혁이란 두 글자도 모두 땅에 묻었다 해도 항변할 수 있을까.
또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전략 공천'이후의 예상되는 상황이다. '과반 탈환'과 '과반 격퇴'가 맞붙은 선거전은 과열과 타락의 상승 작용이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이 판에 무슨 페어 플레이가 나오겠는가. 김해'아산'영천 등 여섯 곳이 왜 국민의 혈세를 써가며 다시 선거를 치르는가? 당선 무효 즉 불법때문에 새로 선거하는데 또 불법과 과열과 비방이라니? 이미 각종 선심 정책도 쏟아진다고 한다. 싹수가 노래보여서 하는 걱정이다.
결국 전략 공천은 '페어 플레이'가 아니다. 빼오기'바꾸기는 법률적으로 흠이 없으나 도덕과 상식으로 보면 길(道)도 아니요 상(常)도 아니다. 지금 과반을 탈환해 봤자 탈락 대기자는 6, 7명이 또 있다. 막무가내 '올인'했다가 다시 '여소야대'가 되면 그때 여당은 무슨 낯으로 야당에 "친구 하자"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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