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식품업 위생점검 현장을 가다

조류독감, 만두 파동, 불법 닭기름 식용유로 지난해 '먹을거리 대란'을 치른 대구시민들은 위해식품 때문에 늘 불안하기만 하다. 대구지역 한 관공서 위생단속반의 '식품제조가공업소 특별위생점검'을 취재팀이 동행했다.

▲1차 원료처리 공정부터 신경써라

1일 오후 2시쯤 대구지역 한 식품제조업체. 직원들은 모두 깨끗한 위생모, 장갑, 장화를 착용하고 식품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공장 왼쪽으로 돌아가니 여과포가 고급장갑과 함께 내부에서 건조 중이었다. 여과포는 제품 완성 직전 이물질을 거르는데 이용되는 것. 공장 관계자는 "여과포를 깨끗이 관리하지 않을 경우 완제품에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사흘간 3차례에 걸쳐 완전 건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햇볕에 말리는 여과포는 보이지 않았다.

공장 뒤편에는 철제 지붕 아래 소금이 든 수십 개 포대가 쌓여 있었다. 단속반은 쥐똥이나 새 배설물에 무방비 상태라 과태료 부과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공장 관계자도 '공장 내부 중 가장 취약한 지점'임을 인정하고 곧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공장 내부의 1차 원료처리공정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중화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틈에 거품이 흘러내려 지하에 고여 있었던 것. 담당자는 '배수에는 문제가 없으며 보름에 한번 꼴로 고인 물질에 물을 섞어 청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단속반은 침전실과 함께 '청소상태 불량'으로 '시설 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빨간 방수통에 든 액체가 '제품 찌꺼기'인지 '재활용 식용유'인지를 두고 공장 관계자 간 실랑이도 있었다. 공장 간부는 "제품 찌꺼기여서 폐수처리업체가 조만간 가져간다"고 했고, 다른 담당자는 "재활용 식용유인데 아직 처리방법이 없어서 현재 자체 연구소에서 재활용 비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폐수처리업체와의 거래내역서를 취재팀이 요구했지만 없었다.

당황한 공장 간부는 "잘못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 재활용 식용유를 한번도 버린 적은 없고, 재활용 방법을 찾기 위해 모아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공장의 생산규모를 감안할 때 그간 폐식용유를 한번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는 대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만 찍어라, 먹고 살기 바쁘다

오후 4시쯤 20평 규모의 반지하에 있는 과자류 생산공장. 구수한 냄새를 따라 내려가니 주부 5명이 생산라인 위에 있는 과자를 상자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단속반은 위생모 미착용으로 1차 경고한 뒤 생산라인 제조기계 청소불량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 지적했다.

취재진은 상자 내부를 살폈다. '다목적용 2급 밀가루'라 적힌 포대 자루가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재활용되고 있었다. "위생 상태 불량이 아니냐"고 물으니 공장 관계자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 이렇게 만들어야만 맛이 있다"고 대답했다. 사진을 찍는 취재진에게 "경기가 좋지 않아 하루 몇 만 원도 못 버는데 사진은 찍을 수 없다"고 막아섰다. 이 업체는 월 매출 2천만 원 수준이다.

출입구가 워낙 깨끗해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구청 단속이 있는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얼마 전 점검 예고장을 받았고 오늘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단속반원은 작은 창고에 원료와 제품이 뒤섞여 있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서구청 위생과 직원들과 취재진이 한 식품가공공장 원료 1차 처리 시설에서 염산이 흘러나오는 현장을 살펴보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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