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없는 종교는 미신에 불과하고 종교 없는 과학은 흉기'란 믿음을 견지한 채 40여 년간 종교와 과학이란 화두에 몰두해온 원로 학자 김용준(78)씨가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과학인 김용준의 연구노트'를 펴냈다.
김씨는 과학자로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975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고려대에서 해직되고 1980년 여름 구국선언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해직됐다가 1984년 복직됐다.
그가 한국 역사에서 '과학을 과학으로만 보지 않고 종교와 철학과 과학의 다리를 놓은 한국 최초의 사상가'라는 찬사를 받는 것은 단순히 그의 이력 때문이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 종교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관심 때문이다.
이 책은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한다. '종교와 과학'이란 거대한 화두에 대해서 저자가 40여 년간 공부한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단지 과학서적에만 국한하지 않고 막스 베버, 안토니오 다마시오 등의 주요 저작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고전과 철학적 고전들을 총동원한다. 학문을 넘나드는 자유로움 속에서 예리한 진단과 매서운 비판, 과학자 선배와 동료에 대한 따스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를 통합해 '진화신학'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한다. 다윈이 이 세상에 삶과 업적을 남겨놓은 이후 신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결코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저자는 '신학은 설계로 미리 짜인 선입견의 울타리 안에 갇혀서 하나님 운운하는 잘못을 피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보수적 집단 중의 하나인 한국 기독교계에 열린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따끔한 비판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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