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망언·망언…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은 대구'경북 지역 거주 일본군 강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사회단체다. 14일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짤막한 부음 하나가 올라왔다. '경북 영양에 거주하시던 홍○○ 할머니께서 3월 17일 19시 10분경에 운명하셨습니다.' 뒤늦은 부음인데다 사망자의 신원도 성만 밝혀져 있다. 홍○○ 할머니가 다름 아닌 일본군 강제 종군 위안부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남 몰래 치러야만 했던 장례,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름을 숨겨야 했던 삶….

◇ 군사평론가라는 지만원씨가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여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 대해 "일당 받고 동원된 가짜들"이라는 망언을 했다.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친일 망언을 두둔하여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더니, 가뜩이나 한맺힌 삶의 할머니들을 가짜라고 매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망언을 하고 있다.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다시 칼로 베고 그것도 모자라 소금까지 뿌리는 잔인한 행위다.

◇ 지난 해엔 탤런트 이승연이 이들 할머니를 소재로 한 누드사진 촬영을 했다가 엄청난 사회적 질타를 받은 끝에 결국 할머니들을 찾아가 눈물 흘리며 사죄했다. 그런데도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방송 토론회에서 "정신대는 사실상 상업적인 목적을 지닌 공창(公娼)의 형태"라고 주장했다가 그 역시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그들 할머니들은 고난의 우리 현대사에서도 가장 예민하고 아픈 부분의 하나다. 힘없는 식민지에서, 그것도 여자로 태어난 죄로 강제로 일본군의 성노예가 됐던 그들이다. 지난 1월 타계한 대구의 김분선 할머니도 열다섯 나이에 들에 나물 캐러 갔다가 고무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대만(臺灣)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갔었다. 순진한 조선의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 그런 속임수에 넘어갔던 것이다.

◇ 가뜩이나 독도문제로 한'일관계가 험악한 요즘, 지만원씨처럼 비뚤어진 역사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경악을 넘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구나 지식인 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일본 극우파 앵무새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한 과거사 청산의 길은 너무나 멀고도 멀다.

전경옥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