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지겹지도, 힘들지도 않고 딱! 좋습니다."
14일 대구 동구 팔공산 능성동 예비군 훈련교장. 중구와 남구에 사는 2∼6년차 예비군 210명이 상반기 보충교육을 받기 위해 연병장에 모였다.
막연히 시간때우기식 교육을 생각하고 참여했던 예비군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랫동안 틀에 박혀 있던 교육 내용과 각종 시설, 도시락 등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사격, 수류탄 투척, 시가지 전투, 철조망 통과 등 각종 야외훈련도 20분 단위로 빨리 돌아가 예전처럼 앉아서 쉬고 낮잠 잘 틈을 주지 않아 지루하지 않았다.
오전 11시 사격장. 9조 예비군 20여 명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칼빈소총으로 25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깡통표적을 맞춰야 했기 때문. 과거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졌다는 한 예비군이 6발 중 한 발도 못 맞히자 "총이 잘못됐다! 그때는 M16 소총을 쏘았다"며 생트집(?)을 잡아 웃음을 자아냈다. 깡통표적은 예비군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부대 자체적으로 고안해 낸 것. 예비군들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사격에 임한다. 내년부터는 페인트볼을 쏘아 상대를 맞히는 '서바이벌 총싸움'도 실시한다.
오후 3시 철조망 통과 교장. "현역 때도 하지 않던 뭐 이런 걸 하냐?"며 술렁거렸다. 하지만 막상 시범조가 총을 가슴에 얹고 뒤로 누워 철조망을 통과하자 "대단하다", "배가 철조망에 걸린다", "조심해라! 옷 찢어질라" 등 떠들썩한 관심들이 터져나왔다.
예비군 교장 시설 및 각종 복지도 좋아졌다. 안보교육관 의자는 푹신푹신한 극장식 개별의자에 교육은 빔 프로젝트로 진행, 동영상을 스크린에 비췄다. 도시락은 지난해보다 500원이 오른 3천500원으로 콩을 섞은 밥과 어묵국에 돼지고기 볶음, 햄 계란부침, 멸치조림, 마늘 장아찌 등 6개 반찬과 후식으로 귤 반조각이 들어 있었다.
예비군 5년차인 정현삼(29·중구 대봉동)씨는 "교육이 시작되자 갑자기 '생일 축하곡'이 흘러나오며 훈련 당일 생일인 사람을 축하해 주었다"며 바뀐 예비군 훈련을 실감했다.
올해가 마지막 훈련이라는 안동수(28·중구 동인4가)씨는 "올해부터 예비군 훈련날짜까지 본인이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훈련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동대장, 예비군 조교 등도 자세가 확 달라졌다. 예비군 조교 김다함(25) 일병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황당한 질문을 하거나 비웃고 놀리는 예비군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반말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중에 휴대전화를 받거나 이동 중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여전했다. 50대 교관이 열정을 다해 교육하는 중에도 절반 이상이 대놓고 엎드려 자는 모습도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서창원(49) 중·남구 대대장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훈련에 임하는 예비군들의 자세가 좀더 적극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예비군들이 옷을 버린다고 꺼리는 철조망 통과 훈련. 아예 땅바닥에 두꺼운 비닐을 깔아 거부감을 없앴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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