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냇감은 '교사', 남편감은 '공무원'

"그 직업은 불안해서 싫어요."

올해에는 반드시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한 김은아(32·가명)씨. 최근 인터넷을 통해 결혼정보회사가 제공한 배우자를 '직업'만 보고 주제넘게(?) '캔슬' 버튼을 눌러 버렸다. 자신도 변변한 직업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남편만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 김씨도 젊은 시절에는 직업보다 상대방의 외모나 성격을 최고로 꼽았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남편 직업을 1순위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 김씨는 "너무 따지다 시집을 못 갈 수 있다는 걱정도 되지만 요즘처럼 어려울 때 경제력을 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고(?)의 일터는

배우자 선택시 고려사항으로 '경제력'에 최우선을 두는 미혼남녀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전국 20세 이상 미혼남녀 2천578명(남성 1천200명, 여성 1천378명)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배우자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배우자 선택 시 고려하는 요소'(복수응답)로 여성은 직업·경제력(91.1%)을 최고로 꼽았고, 남성은 성격(91.3%), 외모(61%)에 이어 세 번째로 직업·경제력(39.4%)을 선택했다.

2001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순위와 비율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 2001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성격(32%), 경제력(31.7%) 순으로 선택했고, 남성은 성격(30.3%), 외모(25.1%), 가정환경(11,7%), 경제력(11.3%) 등을 고려했다. 그러면 어떤 일터에서 일해야 결혼을 쉽게 할까? 정답은 연봉이 높거나 안정적이거나 둘 중에 하나는 충족해야 한다는 것.

듀오의 2004년 조사 결과 남성은 교사(53.1%), 공무원·공사직(36.8%) 등을, 여성은 공무원·공사직(42%), 의사·약사(41.2%) 등을 희망했다. 반면에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했던 사시합격자 등 법조인과 일반사무직은 각각 11위, 12위에 머물렀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조사한 결과, 평균연봉이 7천만 원대인 삼성전자 직원이 최고 배우자감으로 꼽혔다. 선우가 조사한 배우자 직업지수(직업 선호도)에 따르면 삼성 직원은 84.9로, 약사 사법연수원생보다 약간 낮고 관세사, 중견기업 부장급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세월따라 변하네

당시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바로미터'처럼 배우자 직업으로 선호하는 최고의 일터는 세월따라 변했다. 특히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여성들이 꼽는 인기직종이 시시각각 변했다. 이에 비해 남성의 경우 배우자의 일터로 교사와 공무원을 매년 최고로 꼽아 지조(?)를 지켰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배우자 일터로는 2000년에는 벤처기업 직원, 2001년에는 대기업 사원, 2002·2003년에는 전문직(의사·약사·회계사 등), 2004년에는 공무원·공사직이 각각 차지했다. 연일 코스닥 대박을 터뜨리며 '벤처열풍'이 불던 2000년에는 억대 연봉을 자랑했던 벤처기업 직원들이 1위를 차지했지만 벤처거품이 꺼진 2001년부터 8위로 급락했다. 이에 비해 공무원은 2002년 8위에서 2003년에는 3위, 지난해에는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통적인 인기직종였던 법조인은 조사 시작 때부터 줄곧 상위권을 맴돌았지만 지난해는 10위로 급락했다.

듀오 회원상담관리부 형남규 본부장은 "최근 삼팔선, 사오정 등 조기퇴직에 대한 위기 의식 때문에 의사, 고시합격자 등 전통적인 인기직종을 제치고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일터를 배우자 직업으로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실과는 달라

하지만 배우자 직업 선호도가 현실과는 다르게 직업이 가진 이미지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대기업 본사가 없는 대구경북에는 90% 이상이 중소기업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다. 실제 지역 여성들에게 대기업과 비슷한 연봉을 받는 지역기업인 ㅅ기업, ㅍ기업 직원들을 소개해줘도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듀오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배우자에게 바라는 연봉수준'을 여성의 경우 고액연봉인 '평균 3천790만 원'을 원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듀오 대구지사 박장윤 지사장은 "여성들이 직업의 장래성이나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언론에 비친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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