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720.6m)은 바위산이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3대 암산으로 불릴 정도로 산꾼들이 몰린다. 주방천~제3폭포에 이르는 길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다닐 수 있는 탐방로로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녀오는 코스. 때문에 이 코스는 지난 2월 28일부터 두 달간 내려졌던 입산통제구간에서도 제외됐다. 다행히 입산통제는 5월 1일부터 풀린다.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으면서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주왕산 트레킹 코스를 미리 다녀왔다.
◇2시간30분 간단한 산행-장군봉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뫼산(山)자 형상의 바위가 기암(旗岩)이다. 이 바위 건너편 쪽에 있으면서 쌍벽을 이룰 만한 바위가 장군암. 보통 장군암을 장군봉으로 부른다. 하지만 장군봉은 이 바위에서 20여 분 능선길을 더 올라야 한다.
장군봉 코스는 주왕산의 숨겨진 산행코스다. 이상하다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산꾼들조차도 대부분 대전사~주왕산~칼등고개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장군암~장군봉~월미기~금은광이를 거쳐가며 수시로 변하는 기암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광암사에서 장군암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아이들에겐 다소 벅찰 듯하다. 가끔 기암을 뒤돌아보며 쉬엄쉬엄 오르는 것이 좋다. 바위협곡 사이로 놓인 철제사다리 아래쪽 바위에 '둥근잎꿩의비름'이 자리잡고 있다. 주왕산에서 자생하는 이 식물은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위기에 몰려 환경부에 의해 보호식물로 지정됐다.
철제사다리를 올라서면 전망이 확 트인다. 장군암에 올라선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발 아래 돌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기암을 바라보다 바로 뒤돌아섰을 때 산 정상부분에 있는 바위가 혈암이다. 멀리서 봐도 바위가 붉다.
장군암에 올라 기암의 절경을 감상하고는 되돌아 내려와도 좋다. 되돌아오기 아깝다면 장군암을 거쳐 월미기 삼거리에서 광암사로 내려와도 된다. 장군암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키가 낮은 소나무 숲길을 걷는 재미도 괜찮다.
월미기 삼거리에서 금은광이 삼거리를 거쳐 너구마을로 하산해도 된다. 월미기 삼거리~금은광이 삼거리는 1시간, 금은광이 삼거리~너구마을 1시간, 너구마을~매표소 1시간 30분을 더 걸어야 한다.
◇트레킹이 좋다-너구마을과 절골
달기약수탕을 지나 3㎞ 정도 더 가면 월외리 임시매표소가 나타난다. 이곳서 8가구 주민이 살고 있는 너구마을까지는 3.4㎞. 마을사람 이외에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매표소에 차를 세워두고 너구마을까지 계곡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표소에서 1.9㎞ 지점에 달기폭포(월외폭포)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주방계곡의 제1폭포가 여성스러운데 비해 높이 11m의 이 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 늠름한 남성적인 모습이다. 폭포 옆의 교량은 태풍 루사 때 유실됐다가 지난해 복구한 것이다. 이 교량 뒤쪽에도 실폭포가 있다. 달기폭포에 비해 가늘게 실낱같이 떨어지는 물줄기가 애처롭다.
폭포에서 너구마을까지의 계곡이 트레킹 코스로 좋다. 길 옆의 계곡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조차 없다. 그냥 텀벙텀벙 물속을 걷고 싶은 유혹이 인다. 너구마을 트레킹 코스는 주왕산에서 하산하는 등산객을 빼고는 사람들이 없을 만큼 한산하다.
왕복 3시간 거리인 절골에서 대문다리 구간은 더 한산하다. 그동안 접근하기가 어려워 알려지지 않았으나 입구의 주산지 덕분에 요즘은 등산객들이 간간이 찾아온다. 인공시설물이 거의 없어 자연 그 상태의 절경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대문다리까지는 완만한 계곡길로 트레킹에 그만이다.
주왕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 근무하는 이진홍(32)씨는 "경치로 따져도 주왕산에서는 절골이 최고"라며 "가끔 등산객들이 절골을 거쳐 가메봉을 오를 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주왕산의 명소"라고 소개했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주무대인 주산지가 지척에 있다. 물속에 잠긴 왕버들은 한창 초록잎을 내밀고 있는 상태다. 5월 초면 파릇파릇한 잎들이 돋아난 왕버들이 수면에 제 모습을 담은 기이한 풍경을 보여준다.
◇특산물 꽃돌과 군립미술관
꽃돌을 보지 않고서 청송을 봤다고 할 수 없다. 꽃돌은 꽃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진 자연암석이다. 해바라기와 장미, 목단이 돌 속에서 피어나 신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동해안 경보화석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꽃돌도 청송산이다.
진보면 신촌리 청송꽃돌특산단지에 들르면 꽃돌 가공과정과 함께 다듬어놓은 꽃돌을 구경할 수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해 아쉽다. 구경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특산단지에서 돌을 다듬어 꽃을 피워내는 꽃돌 절단'가공과정을 보고 난 이후엔 단지 앞 도로변 곳곳에 있는 전시관을 찾아 꽃돌의 아름다움에 빠져봐야 한다. 사지 않아도 구경은 할 수 있다.
청송에서 안동가는 34번 국도를 따라가다 진보에서 영덕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월전 삼거리서 직진해서 조금 가면 신촌리다. 신촌초교 폐교를 리모델링한 군립미술관을 지나자마자 우회전하면 청송꽃돌특산단지가 나온다.
오는 29일 개관하는 청송군립미술관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이 지역 출신 한국화가인 야송 이원좌 화백이 산수화 365점과 스케치 1만2천여 점, 미술자료 3만여 점을 기증해 건립했다. 2층 전시실의 초대형 산수화 등이 볼거리다. '새알산하효도'란 제목이 붙은 이 산수화는 가로 16.2m, 세로 1.35m의 크기다.
청송군 문화관광과 054)870-6236.
국립공원 주왕산관리사무소 054)873-0014~5.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진보면 신촌리 국도변에 있는 청송꽃돌전시관.(사진 위쪽) 주산지가 청송의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인근에 있는 주왕산 절골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달기약수탕을 지나 한적한 마을인 너구마을 가는 길에 있는 달기폭포. 봄빛이 돌기 시작한 주산지.(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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